*. 38교에서
간밤 밤새도록 내리던 비가 새벽이 되면서 그치더니 배낭 메고 집을 나서니 또 비가 내리고 있다.
산악회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개었던 하늘이 경기도 가평의 석룡산(石龍山, 1,150m)이 가까워지니 또 비가 오고 있어 걱정했는데 석룡산 입구 38교에 내리니 비가 그쳤다.
비온 다음에 계곡이니 그 수량이 얼마나 풍부하겠는가. 신의 축복을 받은 것 같아 갑자기 콧노래가 난다.

석룡산 입구가 38교라서 갑자기 6. 25 사변 무렵 군에 입대하던 군인이 부르던 노래가 생각 난 것이다. 당시 군 입대는 죽음의 길일 수도 있는 길이지만 노래 가사가 너무 노골적이라고 해서 전후에는 없어진 군가였다.
석룡산은 대개 이 38교를 들머리로 하여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그보다 고새피골을 통하여 정상을 밟고 조무락골로 하산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아기자기한 계곡인 고새피골과 조무락골 두 계곡의 아름다움을 추억으로 마음에 가득히 담아 올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고새피골은 38교에서 도마치 계곡을 좌측에 두고 20분 정도 더 직진하면 입구가 나타난다. 고새피골을 따라 쉼바위와 폭포를 지나 정상을 올라 조무락골로 하산하면 된다.
우리 산악회의 일정은 '38교-조무락산장- 우측길- 940봉- 1,100봉, 석룡산(1,155m) - 쉬밀고개- 쌍룡폭포- 복호동폭포- 중봉갈림길- 조무락골- 38교 코스'로 원점회귀 하는 산행이다. 석룡산은 우리 같이 산악회를 따라오지 않고  승용차를 몰고 와서고 수도권에서 1일 산행으로 인기 있는 여름　산이 되었다.

*.조무락골의 유래

어떤 이는 말한다, 산새들의 '재잘거리다'의 강원도 사투리가 '조무락'이라고.
표준어 '조무락'은 '조무락거리다'의 준말로 작은 손으로 자꾸 주무르다라는 뜻의 의태어다. 이것이 '재잘거리다' 같은 의성어에서 왔다는 것은 .아무리 사투리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38교에서 조무락골 계곡을 따라 임도를 오르다 만나게 되는 안내 표지판과 주차장이 모두 '鳥舞樂 주차장'이요, '鳥舞樂 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조무락골계곡은 경기도에서는 제일 높다는 화악산(1468.3m)과 석룡산(1,155m) 사이 계곡으로 두 산이 빚어놓은 가평천의 최상류에 있는 험난한 6㎞에 걸쳐 흐르는 폭포와 담(潭)과 소(沼)가 이어지는 계곡이다.
다음은 이 조무락골계곡에 시집 와서 24년을 살았다는 조무락산장의 여주인 이금숙 씨의 이야기다.
-옛날 화전민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였는데 지금은 3 가구뿐이지만 그 당시에는 30 가구 이상이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용수목　38교가 버스 종점이었는데 지금은 사창리까지 시원한 길이 뚫렸구요. 어린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어떻게 다니냐고요?
옛날에는 버스 종점 용수목까지 아이들을 대려다 주었는데 지금은 스쿨버스가 와요. 이 조무락골 산장은 할아버지의 둘째 아들이 운영하다가 지금은 임정택 씨가 경영하고 있구요.
조무락골이라고 하는 건요. 산새들이 이 계곡의 경치가 너무 좋아서 춤추고 놀다가 무아지경에 빠져서 계곡에 빠져 죽었다 해서 조무락골이라고 했데요
새 鳥(조), 춤출 舞(무), 즐거울 樂(락), 빠질 汨(골)로 딱 맞는 얘기다.
일부러 꾸민 것 같은 이 흥미로운 조무락골(鳥舞樂汨)의 어원은 우리로 하여금 처음 듣는 석룡산에 큰 매력을 느끼게 한다.

*. 석룡산(1,155m)
경기도 가평군은 강원도가 부럽지 않을 산이 많은 산국(山國)의 고장이다.
1,000m나 되는 산들이 가평천 계곡을 따라 이리　불끈 저리 불끈 8개나 솟아 있다.
경기도의 지붕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화악산(1,468m)을 위시해서 명지산(1,267m), 연인산(,1068m), 국망봉(1,168m), 석룡산(1,155m) 등이 모여 한북정맥을 이루고 있다.
석룡산의 남서쪽으로 3km 거리에 화악산이 있고, 그 주위에는 많은 이름난 산들의 명성에 가려서 석룡산은 최근까지 잘 알려진 산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가평 사람들이 '가평의 모든 계곡 중에서도 아름답기가 으뜸'이라고 자랑하는 조무락골의 비경이 매스컴에 공개되는 바람에 알려지기 시작한 산이다.
가평군 북면 적목리에 있는 이곳 조무락골 계곡은 높은 산 맑은 물이 흐르는 경기도 유일의 청정계곡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을 이　고장을　적목리(赤木里)라고 하게 된 것은 이 산에는 고산 지대에서만 자생하는 주목(朱木) 나무가 많이 있다하여 '주목(朱木)'과 같은 뜻의 한자인 ''적목(赤木)''으로 표기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군에서는 조림사업으로 주목나무를 정하고 이를 추진하여 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석룡산 정상은 제쳐 두고 이 산에서 으뜸으로 치는 아름다운 봉호동폭포까지의 절경을 카메라에 담아 가기로 한 것이다. 송편에서 맛있는 소만을 뽑아 먹듯이.

*. 조무락골

  여름을 씻고 있습니다
           -조무락골에서

가평군 북면은 호사가들에게  '경기도의 알프스'라 불린다.  천혜의 자연림과 빼어난 경관으로 1985년에 환경처에서 청정지구로 고시한 지역으로 경기도에서는 유일한 청정지역으로 산지정화보호지역이다. 그래서 분뇨 및 오수처리 정화시설까지 하여 놓았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비가 막 그친 뒤끝인데도 흙탕물이 아니고 맑기가 녹색의 옥 같이 곱고 깨끗한 1급수였다. 그래서 열목어, 쉬리, 꺾지 등이 서식하는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 조무락골이다.
개울 모두가 산에서 굴러 내린 돌이 모인 곳이요 그 밑이 암반이라서 그런 것 같다.
조무락골 길은 임도로　비포장도로인데 골짜기 따라 상류를 향하여 난 그 옆 길이었다. 펜션을 지나니 확성기 6개가 달린 시설이 있다. 갑자기 계곡물이 불었을 때 야영하거나 놀러온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시설물의 하나이었다.
조무락골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싶으면 펜션이나 산장이 있는 곳을 무심히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곳에 산사(山寺)가 있듯이 인가(人家)는 아름다운 풍경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이 조무락골 초입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마지막 농가로 소개 되고 있는 조무락골산장 앞 계곡 같다.
집이 없는 곳에서는 사람의 발자국이 나 있는 곳이면 따라가 보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7월에 가본 강원도 인제의 '아침가리골'처럼 수없이 강을 건너며 넘나들어야 하는 물속의 트레킹이 여기서는 두세 번뿐이고 대개는 나무에 가려서 계곡이 잘 보이지 않는 계곡 옆 길로 하는 산행이기 때문이다.
인적을 따라 계곡으로 가면 어디에나 폭포와 담과 소가 이어지는 절경을 만나 감탄하게 된다.
그 절경을 어떻게 말로 할까.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니 보시라, 조무락골의 이모저모의 모습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