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내 카메라
오늘은 온종일 카메라를 찾으면서 보냈다. 한 달 전에 산 소형 Nikon coolpix 카메라를 잃어버린 것이다.
요즈음 한창 인기라는 Samsung 디카가 나오기 전 내가 갖고 있는 카메라는 Nikon 시리즈였다.
Nikon995, Nikon 8,700 가 그것이었는데 그걸 메고 눈비를 맞으며 산야로 다니다가 두 개가 다 고장이 났다.서비스 센터에 맡겼더니 그 하나의 수리비만도 소형카메라를 살 정도라고 해서 무리를 해서 새로 산 카메라였다.
필요한 용돈을 카메라에 다 써 버려서 팔월 한 달은 여행도 술도 삼가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옹색한 나날을 보내었다.
우리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면 얼마나 그 물건을 아끼던가.
설명서로 그 복잡한 사용법을 몇 주일에 걸쳐 익히었고, 그걸 잃지 않기 위한 각종 장치를 고안하느라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어제 지역 모임 후에 술 마실 자리가 있어 그걸 지니고 나갔다가 잃은 것을 확인한 것이 오늘 아침이었다.
최신형 디카라서 은근히 자랑하고 다니던 고가의 Nikon 8,700 카메라보다 720만 화소로 약간 적었지만 그 기능은 더 많고 사용이 간편한 것이었다.
작년에 네팔 여행 중에 잃어버린 보이스 펜의 기능도 있어 5시간 이상을 녹음할 수도 있었다.
그걸 모임에 가서 사진 몇 장 찍고 상의 주머니에 넣고 오다가 취중 밤길 귀가 길에 덥다고 상의를 벗어 들고 오다가 지갑과 함께 떨어뜨린 모양이다.
그걸 집에서 열심히 찾고 있는데 우체국에서 반가운 전화가 왔다. 잃어버린 지갑을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 가라는 것이다.
항상 물건을 잃는 사람이어서 각종 카드를 현금카드로 바꾸어 놓았는지라 그보다는 카메라에 더 궁금했는데 그런 복까지는 없었다.
그 지갑에 돈도 3만원이 넘게 들어있었는데 그걸 그냥 우체국 우체통에 넣었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할까?
보통의 경우라면 거기 내 명함도 들었으니 직접 연락을 해서 찾아 줄 수도 있는데 그냥 넣은 것을 보면 그 분이 카메라는 주워 가면서 지갑은 우체통에 넣는 선심을 쓴 것이나 아닌지- 하는 죄되는 생각을 하게 한다.이런 공없는 소리를 지갑을 돌려준 그 분이 들었다면 귀싸대기 맞은 일이다. 누군지 몰라서 감사하다는 말을 허공에 띠울 뿐이다.
일단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니 그 아깝고 아쉬운 마음이란.
이제는 필요 없게 된 충전기, 정품 배터리, 1Ga 메모리 카드 등등을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미어진다.
-오늘부터 술을 끊을까? 술을 끊으면 하나 더 사줄래?
쓸데없는 수작을 아내와 나누다 보니 아내가 슬그머니 10만 원짜리 상품권 2장을 내놓고 외출을 한다. 모 방송TV 모임에 참가할 때마다 받은 것을 아내에게 주었더니 아내는 쓰지 않고 고이 모아 두었던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어제 회식장소와 뒤풀이 장소를 전전하다가 동네 롯데마트에 들려서 보니 잃은 카메라와 똑 같은 것이 있다. 아쉬운 마음에 만지작거리는 나를 보고 지금이 할인행사 기간이라 한다.
도맷값으로 판다는 남대문 숭례상가에서 32만원을 주고 산 Nikon coolpix s50이 할인하여 29만 8천원이란다.
잃은 것에 대한 미련 때문에 '만일 내가 잃은 카메라를 찾을지도 모르니 그때까지 박스를 뜯지 않을 터이니 그땐 바꿔줄 수 있는가'를 몇 번이나 확인하고 똑 같은 놈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나머지 금액은 3개월 무이자 카드로 구매하고 보니 '내가 잃은 것은 카메라가 아니라 돈이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잃은 아쉬움은 반감된다. 아내가 말한다.
-내가 사 준 거니까 코가 삐뚤어지게 술 마시고 오지 않기다.
-그럼.
-집안도 어지러 놓지 않기다.
-그래야지.
-자주 씻기다.
-더 없는가?
-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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