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입구의 국도. 아들과 함께 죽은 남편의 고향을 향해 가던 신애의 고장 난 차가 카센터의 종찬을 불렀다. 레커차를 타고 밀양으로 들어가는 세 사람. 신애는 피아노 학원을 열었다. 이제 통장엔 아주 작은 돈이 남았을 뿐이지만, 그녀는 이웃들에게 ‘좋은 땅을 소개해 달라’며 자신만만하게 새 생활을 시작한다. 죽은 남편의 고향에 덩그러니 정착한 모자를 측은하게 보는 사람들에게 일부러 돈이 있는 척하면서.  신애를 측은하게 생각하는 약사가 불행에서 구해주겠다면서 교회에 나가길 권유하지만 하나도 불행하지 않다면서 씩씩하게 군다.   동그라미처럼, 그가 맴돌기 시작하다 친구가 좋고, 다방 레지 아가씨의 치마 속이 궁금한 종찬은 서울서 밀양에 살러 왔다는 신애를 만난다. 살 집을 소개해주고, 피아노 학원을 봐주고, 그녀를 따라 땅을 보러 다니며 그의 하루 일과는 시작된다. 이따금 돌발적인 신경질과 도도하고 고집스러운 듯한 그 여자는 관심 좀 꺼달라며, 그를 밀어낸다. 그래도… 자꾸 그 여자가 맘에 걸린다. 이런 사랑도 있다…! 그러던 중, 아들 준이를 잃었다. 숨바꼭질을 그렇게 좋아하던 아이는 그렇게 영영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에겐 남은 것이 없는 모양이다. 울다, 울다... 그저 혼자 토하듯 울고 있다. 모든 걸 잊고 싶지만, 모든 원망을 놓아 버리고 싶지만, 할 수 없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싸우려, 그녀만의 일탈을 시작한다. 오늘도 종찬은 그런 그녀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고 있다. 모든 사랑을 잃어버린 여자와 자기 맘도 잘 모르는 속물 같은 남자.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과연, 그들은 함께 찾을 수 있을까? 사랑… 시작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 보여주려 한 것이 그들 사랑의 결말일까? 그녀는 새 삶을 찾는 방법으로 교회를 택했다. 가서 목 놓아 울고 안정을 찾아 길거리에서 노래하며 선교활동까지 한다.  이제 정말 신애는 새 삶을 찾은 듯했다.  마음이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있을까?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들을 죽인 죄인을 용서하는 것.  주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 하지 않았는가?  이제 그를 용서하고 자신의 마음은 영원한 평화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면회한 그 죄인의 얼굴은 너무도 평안했다.  그는 수감되고 나서 주님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니 주님께서 용서하여 주셨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마음은 더 할 수없이 평온하다고 했다.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이 기분은 무엇일까? 신애는 누구를 용서하러 갔단 말인가?  신애가 용서하기 이전에 하느님으로부터 벌써 용서를 받은 저 사람을 신애가 어찌 또 용서를 한단 말인가? 원수를 사랑하라 가르치시고 용서하라하시고는 당신이 다 용서해주시면 나의용서는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교회와 주님으로부터 배신감을 느낀 신애는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교회 부흥회장에 가서 스피커로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를 크게 틀어놓고 도망가지를 않나? 약국 주인 장로를 꼬드겨서 성관계를 유도하기도 하고 장로 집에서 하는 지역 예배장소에 돌을 던져 유리창을 부수기도 한다.  손목을 긋고 정신병원에 잠시 입원도 한다. 기분을 전환하기 위하여 찾아간 미용실에는 아들 유괴범의 딸이 미용사로 일하고 있었다. 용서하고 싶어도 용서할 대상을 잃어버린 신애는 유괴범의 딸조차 용서하지 못하고 뛰쳐나오고 만다. 이제 신애는 바람을 피워 그녀를 버리고 죽어버린 남편도, 숨바꼭질할 아들도 없는 텅 빈 집 안에 홀로 불을 켜놓고 백록담보다 더 큰 구멍이 뚫려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가슴을 안고 그렇게 누워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