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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18 08:53
 조회 : 3,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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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mest.kr [355] |
모처럼 마늘이 유럽여행길에 나선다.
10월하고도 사흘날 출발해서 보름간이다.
벼르고 벼른 뒤 끝이라 여간만 대견스러운 일이 아니다.
곧잘 혼자서 여행하는 마늘을 보느라면 용기도 용기려니와 때로 심술이 생기는 것은 왠 일일까?
따라나서지 못해서? 혼자 지내려니 심심하고 불편이 불보듯 싶어서?
아무래도 불편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을 생각하면 뒷 쪽에 무게가 실린다.
2~3일이야 참을 만도 할 터이지만 일주일 열흘을 넘기다보면 이것저것 불편한 일들이 얼굴 내밀 것을 겪어봐서 안다. 무엇보다 부엌일에서 세탁, 청소등 세간살이 돌아보는 일에 마늘의 손길이 구석구석 베이지 않은 곳이 없다보니 언감생김 내가 어느 것을 어떻게 손대야 할른지 뒤숭숭해지곤 한다.
진작 젊었을 때 그것도 혼자서 여행가 흉내로 천지사방을 드립다 돌아다니느라 마늘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는 생투정을 들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때야 직업반 호기심 반으로 역마살을 부렸던 터이지만 그것이 이처럼 마늘만 내보내고 댕그렁 혼자 남는 장년기가 될 줄을 예전엔 미쳐 몰랐다.
이런걸 두고 '업보'라 하나.....?
그때나 지금이나 '여행은 계획세워 떠나는 것이 아니라 뚝딱하고 생각날 때 나서는 것만 같지 않다'는 지론을 가진 나로선 마늘이 두어달 전부터 '유럽여행 한번 가 볼까?'했을 때 그냥 심드렁했던 것도 그런 까닭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라다 주저 앉는 것 아닐까....해서 였다.
하여간 대견스럽다는 생각이다.
기왕지사 나야 뭐 여나믄 번을 들락거린 유럽 길인지라 눈만 감으면 주마등을 이루는 곳들이 있다. 빠리가 런던이 비엔나가 제네바가 몽브랑이 마드리드 리스본 코펜하겐 오슬로 그리고 모나코 로마가.....
그러나 한참 준비의 맛에 들뜬 마늘에겐 이렇다할 한마디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 상상은 누구의 조언을 필요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해 내는 것이라서다. 신비의 세계는 신비 그 자체로 보거나 듣는 사람에 따라 형형색색이라서다. 준비랑 나서서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 맛이나 돌아와서 반추하는 일 까지 누가 말하고 손대면 그 맛에 따른 즐거움이 반감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이기도 하다.
상상의 즐거움과 경험의 자랑이야말로 여행의 참 맛에 다름 아니다. 그것을 이참에 마늘이 평생 즐거움으로 간직하고 돌아 올 것이란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마늘이 출발하고 난 빈 자리의 불편과 안쓰러움을 그 뛰는 가슴으로 메꿔볼 것을 그리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진은 필리핀 다바오 산쵸팔레스클럽네서 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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