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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4-03 08:23
 조회 : 2,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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寒夜譜
장응두
찌르렁 伐木소리 끊어진 지 오래인데
굽은 가지 끝에 바람이 앉어 운다
구름짱 버러진 사이로 달이 반만 보이고.
낮으로 뿌린 눈이 삼고골로 내려 덮어
古木도 亭亭하야 뼈로 아림 일러니
風紙에 바람이 새어 옷깃 자로 여미도다.
뒷山 모롱이로 바람이 비도는다
白雪이 商商하고 밤도 여기 못오거니
저홀로 무엇을 쫓어 저리 브르짖느냐
"문장" 제2권 4월호
-----------------<시조 선후 /가람>
무엇이던 실지 자기가 해보는 것과 해보도 않고 말로만 하는 것과는 판연 다르다. 아직 자가가 아니해볼 때에는 "내가 그까진걸 못할라구"하다가도 정말 대들어 해보면 말과 같이 쉬운 것이 아니다. 쉽게 여기던 것을 차차 어렵게 생각할수록 그는 그 造詣가 깊어가는 줄로 믿어도 좋다.
자기의 習作을 처음 남 앞에 내놓을 때에는 흔히 自信을 가지지 못하고 남의 稱讚輿否만 기다리고 있다. 그 稱讚이 비록 그릇친 것이라도 참으로 알고 무한히 기뻐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조금 눈이 밝아지고 솜씨가 익어지면 그만한 자신도 생기게 되어 남의 讚否를 받지 않고도 스스로 짐작하는 바 그냥 그것으로 굳이 버리고보면 겨우 井蛙가 되고 만다. 그렇지 않고 나아가나면 과연 한정이 없다.
다만 聯이나 보고 韻이나 달아 律詩한 수쯤 얽을 줄 알고는 自己도 李杜에 못지않은 양 하는 것은 자기가 李杜를 알기는 알기는 커녕 自己를 모르는 까닭이다. 사람의 바디는 인공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본시 타고나야 하는 것이다. 十斤 百斤 千斤 萬斤 몇萬斤 이 모양으로 다다를 것이다. 十斤 詩人이 암만한대도 百斤 詩人은 못될 것이다. 그러나 十斤 詩人도 詩人은 詩人이다. 저의 斤量에 맞은 소리를 맞게 하면 그만이다. 千萬斤量을 타고 났더라도 十斤어치 소리도 못한다면 그는 영영 詩人이 못될 것이다. 더구나 十斤쯤 되는 이가 千萬斤어치 일을 하겠다고 덤비는 건 별을 따기와 같은 일이다.
추리고 본즉 푸석한 집푸라기뿐이고 玉같은 톡톡 여문 낟알은 귀하다. 雨露가 고르지 못한 탓도 있으려니와 作人의 잘못에도 있다. 濫作보다 勞作 力作을 아니했다.
장응두씨는 그 중 精進하시는 작가다. 몇번 동아일보에서도 그 원고를 보았지만 정성스러운 그뜻으로 一字 一句라도 예사롭게 아니한다. 한번 투고하신 후에는 엽서 혹은 봉서로 다시 퇴고함을 알린다. 그 妙理와 責任을 그렇게 깨달은 것만으로도 벌써 남다른 것이다. 그런 至誠으로는 瓦礫 속에서도 金玉을 추려내기 어럽지 않을 것이다.
"寒夜譜"는 읽으면 몸에 소름이 틸 것 같다. 가득 쌓인 눈으로 몹시 부는 그밤의 바람소리에 귀가 솔 것 같다. 그래도 옷깃을 자조 여미고 오또기 앉은 그의 마음만은 정히 냉정하다.그런 바람은 고사하고 천지가 다 움즉여도 꼼짝 않을 그 마음이었다. 그런 소란한 순간보다 쳥원한 우주와 트고 있는 그 마음이었다. 우리로도 이 시를 차근히 재삼 읽어보면 유연한 안정감을 얻을 수가 있겠다. 이는 과연 우리 인생을 위한 시다. 고목정정 백설애애와 같은 한문어는 썼을망정 전편의 어세가 퍽 긴장하여 일종 영기를 활히 띠었다. 장한 시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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