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스파이를 만난 것은
백 창 훈
내가 그 스파이를 만난 것은
11월이었네
관악산이 올려다보이는 어느 골목길이었지
이제 막 역을 통과한 사람 그리고
역으로 가는 사람들로 길은 붐비고 있었지
아마도 그는 높은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꽤나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야
그 나무 밑을 지날 찰나였지
그는 무작정 온몸으로 부딪혀 왔어
무방비 상태에서 머리를 강타당하고 말았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
비밀스럽고도 사적인 정보들을 모두 강탈당해야 했지
아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말이야
아침 출근길이었지
나뭇가지에서 막 떨어진 붉은 단풍잎 하나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던 그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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