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고니들과 놀며
김 여 정
눈부시게 하얀 몸의 큰고니들이
한강 자락을 끌고 내 거처로 들어온 이후로
우리 집은 겨울 강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정답게 짝지어 흐르다가 어느 때 하나로 겹쳐지는
큰고니 한 쌍의 기품 있는 사랑이
내 차디 찬 심장에 뜨겁게 불을 지펴
강물은 황금노을로 불타오르고
홀로 고고(孤高)한 자세로 먼 하늘 보며 유유자적
관조에 잠긴 한 마리 큰고니가
한 송이 백련(白蓮)으로
하늘강에 피어올라
내 사는 세상이 백련지(白蓮池)로 보이기 시작했다.
과~아 과~아, 과아안 과아안 울며
날개로 하늘을 쓸며 날 때에는
내 전생의 가슴까지 울려
강물에 투명한 영혼의 살얼음이 깔리고
빛나는 물결 위에서
얼음 박힌 모래톱 위에서
홋호 홋호 울음소리 낼 때는
내 생(生)의 뿌리가 실하게 연꽃 뿌리에 박히기 시작했다.
우리 집 창문 밖에서 혹한의 바람이 아무리 거세어도
큰고니들과 놀며 지내는 동안
내 생의 강물은 잔잔해지고 있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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