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비
김 보 태
하염없이 내리는 하얀 비
헐벗고 떨고 있는 나무들을
우아하게 덮어 주고 있다.
강아지도 송아지도 함께 놀던
아슴한 추억만으로도 보배 같은 벗님들
지금 어디서 늙정이 생(生)을 흘리고 있나…….
불쑥 동갑내기 K군 휴대전화 찍었더니
그는 방금 설악산 설경에
흠뻑 빠져 있었다.
모처럼, 소래포구에 가서 친구가 좋아하는
조개구이와 소주잔 주고받는 바다의 정취
함께 즐기렸는데 그냥 헛빵이어라.
친구야! 불현듯 솟구친 순백한 마음
하얗게 지우고 귓속에서 사라진 친구야!
창 밖에는 소복소복 그리움만 쌓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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