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는 목소리 

                  정푸른





선 채로 쏟아지는 독백은 꽃사태다

꽃받침마저 우수수 지는 꽃의 공명통을

저 입은 어떻게 울리는 걸까

좁아터진 숨길에 꽃잎이 진다

선홍의 말들이 어깨를 흔들 때마다

바닥을 붉게 물들인다

걸음이 물줄기처럼 몸을 빠져나가고

노숙의 시간은 말라간다

사지四枝의 끄트머리는

꽃의 방향을 외면하고 입을 가린다

동백이어도 벚꽃이어도 능소화이어도

후두둑 목을 꺾는 순간은

직설화법이다

모아둔 숨을 뱉는 저 입에서 한 시절이 다 흘러간다

몸으로 피운 꽃들의 생애를 길이 고스란히

받아준다 발자국이 닿기 전엔 꽃이었다가

누더기로 끝나는 생,

길 위에 말이 흩날린다

누구의 가슴에도 닿지 못한 말은 바람의 옷깃이 된다

펄럭일 때마다 세상의 속내가 깊어진다

저녁이 당겨진다

커다란 울림통 속으로 말이 쓸려들어간다 


해질녘 바람이 불면 누구든 귀를 만지자

꽃의 목소리가 사라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