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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5-24 12:52
 조회 : 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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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시―정끝별]
단팥빵 2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잎 위에 머무는 물주름이 겨울 때
갓 구운 단팥빵이 먹고 싶다
저 파랑에 물먹은 마음의 가시까지 빼내
팥고물에 박아 두고 싶다
엄마 가방에서 금박의 해태 땅콩 캬라멜이
자글자글 쏟아진 건 바로 그그저께였다
단 거 먹으면 안되는 거 몰라요, 정말
젖은 영혼은 부싯돌을 칠 수 없는 법
들고 나는 이 물목을 막아놓고 나도
뭉클한 단내에 숨통을 풀어 놓고
칠흙같은 저 단팥 속에 주저앉고 싶다
이런, 어쩌다가, 단것을,
장롱 밑 꼬깃꼬깃 손을 넣을 때마다
오색줄 오다마가 하나씩 걸려나오곤 했었어
당뇨성 백내장으로 눈앞엣것도 분간치 못했던
할머니, 창자에서 새어나오는 말간 물소리
소다찐빵과 산도샌드와 보름달빵과
달디단 둥근 뗏목에 몸을 싣고
끽다거 끽다거 귀항하고 싶다
생목의 날들이여
단것들이 당기는 이 닦달의 날들이여
정끝별
◇시인의 말：단것들은 몸에 좋지 않다.입에든 귀에든 눈에든.단것들이 좋을 때가 있다.삶,그 끝없는 상처의 대운하!고통과 슬픔의
수로(水路)를 가두어놓은 몸 어딘가가 얇아질 때 단것들이 먹힌다.몸에 진을 다 빼먹고서야 스스로를 위로하듯 단것들을 먹곤 한다.성능이 그다지 좋지 않은,녹슬어가는 몸에 기갈을 축이듯 단것들을 넣고 다니면서 문득 할머니와 어머니의 단것들을 떠올렸다.나는 지금 초콜릿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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