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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4-23 12:00
 조회 :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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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天水畓.봄 -
아픈 마음이 또 한 석 달 열흘
죽을 둥 살 둥 몸을 앓았지요
4월 봄볕에 우두커니 서서
백의종군하듯 꽃망울 터뜨린 저 나무들,
흩뿌린 혈흔이듯 청천에 스미는 저 꽃잎들,
천 길 벼룻길 물소리로 마주 오던 봄이
백발 성성한 늙은 마음의
말라붙은 젖꼭지를 덥썩 깨물었지요
보세요, 피가 철철 흐르는 봄이지요
보세요, 꽃 모가지마다 이글거리는 저 몽매를!
끝도 없이 들이켠 모래바람
삼재팔난 중에서도
화마(火魔)가 천지간에 덮쳐온 봄날이지요
뻐개질 듯 만개한 벚꽃잎 어느 사이 훨훨훨 저 내리고
누런 해 떨어지기 무섭게
가슴엔 천 필 아마포 찢어지는 소리, 들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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