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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8-09 14:57
 조회 :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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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4장 道沖
道沖而用之 或不盈 도충이용지 혹불영
淵兮 似萬物之宗 연혜 사만물지종
挫其銳 解其紛 좌기예 해기분
和其光 同其塵 화기광 동기진
湛兮 似或存 담혜 사혹존
吾不知誰之子 象帝之先 오부지수지자 상제지선
도는 텅 비어 있으나 아무리 써도 채워지지 않아
깊고 깊어서 만물의 시작(근원)과 같네
날카로움은 꺾어서 무디게 하고
어지러움은 풀어서 가지런히 하며
화려한 빛은 만물을 밝히는 조화로움이 되고
뛰어남이 없기는 먼지와 같으며
맑고 맑아서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네
나는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나
존재하는 모든 것보다 앞서는 것 같네
이 장은 일반적으로 의아해 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노자적 삶과 이상이 어떤 것인지 밝히고 있다
첫 행, 아무리 써도 채워지지 않는다고 하는 부분은
쓰면 줄어야지 어찌 채워지는가 하고
일반적인 논리로는 잘 이해가 되지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노자를 바라보는 하나의 방법이다
흔히 노자의 '無爲무위'를 '없음'으로 이해하나
아니다 노자 구절 중에 분명 '爲無爲위무위'라 했고
앞 장에서 이미 말했듯 그것은 방편적 설명일 뿐이다
예를 들어 그릇이 있다고 치자
그 그릇은 채워진 게 좋은가, 비워진 게 좋은가
둘 다 정답이 아닐 수도, 둘 다 정답일 수도 있다
그릇의 용처로 본다면 비워져 있어야 쓸수 있고
그 속의 물건으로 본다면 채워져 있어야 한다
이것이 노자이다
다른 예로 우리가 항상 가까이 하는 자동차를 보면
엔진이 아무리 강해도 그 힘을 통제하고 사용하는
클러치, 변속기, 브레이크가 없다면 그 자동차는 무용지물이다
속도를 낼 수만 있고 제어를 할 수 없다면 그건 괴물일 뿐이다
후(28장)에 나오는 "知其雄 守其雌" 그 수컷 됨을 알고 그 암컷
됨을 지키면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없다는 글귀가 연상된다
어쨌든 이 장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이다
우리는 오늘날을 살아가면서 날카롭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면서 살아가는가
얼마나 많은 인간관계를 가지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가
얼마나 많은 빛을 보이기 위해 (모양을 내고 남에게 알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가
그리고 또 얼마나 크고, 튀어 보이게 하기 위해 돌출 된 행동을 하는가
모든 힘의 근원은 순환한다
그래서 노자는 앞으로 나가려거든 물러서라고 하고
높은 곳에 처하고 싶거든 낮은 곳에 임하라고 한다
채근담에 이르듯
세상을 휘두르는 뛰어난 경륜은 어두운 방 가운데서 배양된 것이요
천하를 지배하는 용감함은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 깊은 생각에서 나온다
지금 우리는 너무나 빨리 돌아가는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작게는 남을 살피고 크게는 세상을 살피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소비함에서
자신의 현재 위치를 살피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아울러 어떤 경우에도 빛을 잃지 않으려면
그 빛을 모으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흩어서 고루 밝히는 지혜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仙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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