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아침/ 유권재





  아내의 결 고운 숨소리에 맞추어서


  간 밤 내내 추적추적 비가 내렸습니다.


  시간도 비에 젖어서 벽을 타고 흘러내리고





  아득한 세월처럼 들려오는 빗소리가


  밤을 잊은 내 유배지 울 숲을 서성일 때


  외등은 어둠 속에서 부표처럼 떠 있었습니다.





  어둠을 지울 듯이 사선을 긋던 빗줄기는


  머리 속 사념하나 지우지 못한 채로


  새벽녘 어둠과 함께 창문 너머로 빠져나가고





  외등도 빛을 잃어 자취를 감출 무렵


  날 세운 푸른 햇살은 구름을 가르면서


  내용도 의미도 모를 파발만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