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에 올라
-발해를 찾아서
권갑하
안타까이 손을 흔들며 발해를 불러본다
적막한 연대의 잃어버린 강토라 해도
한겨레 드리운 혼의 발원이요 중심임을
잠 못 드는 역사의 눈 부릅뜬 성좌처럼
맨손으로 파 보아라 솟구칠 조선의 피
그 피를 온몸으로 찍어 비碑를 깊게 묻었나니
마르지 않을 천지 검푸른 기운과 숨결
우리들 가슴엔 아직 열두 맥박 고동쳐서
절절한 아리랑 가락 한 곡조로 울먹이나니
압록이여 두만이여 아픈 내 조국이여
요동이며 만주벌을 눈물 풀어 적셔가며
깃발로 펄럭이거라 혼불 되어 타올라라
*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을 추진해온 중국은 한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2009년 장백산 화산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하고, 이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받기 위해 지질 생태환경 보존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다듬이 소리*
-발해를 찾아서
권갑하
어둠 깊어갈수록 별빛 더욱 반짝이듯
독한 술처럼 향기를 몸속에 깊이 감춘
묻히고 또 지워져도 깨어나는 저 소리
오늘 이 아픔이야 섬광처럼 사라지지만
벗겨도 드러나지 않는 발해의 붉은 맨살
끊어진 혈맥을 돌며 뜨겁게 사무친다
그 울림 또 얼마나 애절한 그리움이랴
겹겹 적막을 가르며 풀잎처럼 곧추서는
이국땅 모퉁이에서 잠 못 드는 저 소리
* 발해는 일본과 47차례 사신을 교환했다. 발해 사신의 시 11수가 일본 문적에 남아 전하는데, 758년 양태사(楊泰師)의 시 ‘밤에 다듬이 소리를 들으며(夜聽檮衣聲)’는 칙찬삼집(勅撰三集)의 하나인 『경국집(經國集)』(827)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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