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는 2009, [시조로 꾸미는 아름다운 한글서예전] 에 출품됨 

 이정자의 단시조 모음(1)





1. 자모사/정인보**



가을은 그 가을이 바람불고 잎 드는데 

가신 님 어이하여 돌·오실 줄 모르는가 

살뜰히 기르신 아이 옷 품 준 줄 아소서 







2. 봄/이은상**



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란 답장을 보내었소.

이 둘 다 봄이란 말을 차마 쓰기 어려워서







3.  석류/조 운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툼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4. 난초/이병기**



빼어난 가는 잎 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이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5. 석류/이희승**



잎 속에 반만 숨어 푸른 하늘 쳐다보고

그 뺨이 그 입술이 새빨갛게 타오르네

이보오 겉만 그런가 속도 헤쳐 보임세.





6. 난/이호우**

벌`나빈 알리없는 깊은 산 곳을 가려 

안으로 다스리는 청자빛 맑은 향기

종이에 물이스미듯 미소같은 정이여.





7. 단 란/이영도**



아이는 글을 읽고 나는야 수를 놓고

심지를 돋우고서 이마를 맞대이면  

어둠도 고운 애정에 삼가는 듯 둘렸다





8. 진달래 연가/이태극**



철길 가 흐드러진 함박웃음 밀물로 와

연분홍 맺힌 사연 찾아 드는 이 오후는

스치는 꽃샘바람도 가슴 깊이 안긴다.         





9. 메밀밭에 메밀꽃 피어/서 벌



흰나비 수 만 마리 한데 얼려 수런수런

무슨 뜻을 펴는 건지 하얀 소리 수런수런

햇빛들 달빛 별빛들 내려 섞여 수런수런





10. 봉선화/김상옥**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11. 사랑/이우종**



세월이 겹겹으로 창살위에 쌓이는 밤

갈잎만 뒹굴어도 백 번을 울었는데

내 사랑 그대를 위해 만 번인들 못 울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