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는 시조로 꾸미는 아름다운 한글서예전에 

출품된 작품임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2009.9.8-~13



이정자의 단시조 모음(4) 







31. 장미/김수자*8

 

 모숨을 지니고도

너는 늘 태연하다. 

어여쁨 대죄인 양

소름 같은 가시가시 

천성은

곱디 고와서

향을 풀어 나눈다.







32. 거미줄/황정자**

 

하늘을 날고 싶은

간절한 꿈을 모아 

다듬고 매만져서

빛으로 엮어놓은 

새하얀

은빛 사다리

하늘까지 닿는다.







33.찔레꽃/김사균

 

돌무덤 움켜잡고

5월에 선 하얀 사랑 

뜨거운 피 곰삭히고

속울음을 우려내고 

순결은 

가시로 돋아

그리움을 찌른다.

 





34. 마루거울/최길하 



어머닌 칠흑 같은 마루를 닦으시며 

세상의 모든 것이 거울이라 하시었다 

如來는 

한 육신이 다 

빛이 되게 닦으셨다. 







35. 떨이로 우는 새/전연욱 



개나리 진달래꽃 

눈도 못 뜬 이른 봄날 



목숨이 무거워서 

여울에 풀어 놓고 



떨이요! 

목숨도 떨이요, 

외쳐대는 외로운 새







36. 마음의 무게/김숙선 

 

잔잔한 호수 가에 누군가 돌을 던져 

일렁인 파장 위에 가슴앓이 떨림으로 

시이소

타는 너와나 

오고가는 추(錐)인가.







37. 달맞이꽃/차도연

 

희부연 새벽빛에 반 감았던 눈을 뜨며

제 몸짓 부끄러워 사위(四圍)를 둘러보곤

미련을 접지 못하고

풀린 옷깃 여민다.







38. 여름 강/유자효

 

한 여름 푸른 밤에 보름달은 강에 뜨고 

도롱이 늙은 어부 검은 강을 저어 가고

와스스 대바람 소리

흩날리는 빗방울





39. 노송(老松)/정순량**

 

등 굽은 시골 할미 살아온 여정처럼 

산 비알 바위틈에 바람 맞서 버틴 세월 

자세는 구부정해도

짙 푸르른 저 당당함.







40. 소금/조주환

 

푸르게 살아 끓던 피와 살은 다 빠지고 

조각난 유리 같은 저 투명한 물의 뼈가 

마지막 지상에 남아

혼의 불로 타고 있다.





흐르는 음악/사랑은 나에게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