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정령들의 소동. 먼저 어둠의 혼령이 나타나고 이어 체르노보크(암흑의 신)가 등장한다. 혼령들이 체르노보크에 대한 찬미와 어둠의 제전. 그리고 성대한 지옥의 향연, 그 시끄러운 잔치가 한창일 때 들려 오는 마을 교회의 종소리. 어둠의 혼령과 체르노보크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면 어느새 동이 튼다.”
위의 곡은 유럽과 러시아에서는 6월 하지 근방에 하늘에서 귀신이 내려와 한 바탕 세상을 흔들고 간다는 전설을 음악으로 표현, 한편으로 으시시 하고 요괴들이 등장하는 귀신출몰 음악입니다. 귀신이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웬지 거슬리는 존재로 특히 나쁘다면 더더욱 기분이 나쁜 존재로 잘되게 해 주는 놈 보다는 훼방 놓는 놈이 많은지라,…
올 해의 ‘클래식에게 길을 묻다’ 는 조금 형식을 달리해서 그저 음악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했던 것을 중심으로 클래식 음악을 더 친숙하게 할 수 있게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처음 만난 사람인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하거나 처음 간 곳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을 데자뷰 현상이라고 하는데, 음악도 마찬가지로 데자뷰하는 것이 더 기억하기 좋습니다.
예로, 연상기억이라는 것이지요.
벌써 약 10년 전, 우크라이나, 오데싸로 출장을 갔을 때,
가는 비행기도 격일로 있어, 터키 이스탄불에서 하루를 묵고, 낮에는 시내 관광을 하고 밤 비행기로 오데싸에 밤 12시 반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유로화를 쓰지만, 그 당시 터키쉬 리라는 1달라 당 450,000터키쉬 리라, 비행기표 값으로 두 명 분, 5억 터키쉬 리라를 주고 사고, 공항까지 택시비로 22,000,000터키쉬 리라, 물 한 병에 500,000, 갈리버 여행기에서 갈리버가 릴리펏이라는 소인국에서 라퓨타 대인국으로 들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도저히 돈 계산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밤에 도착한 오데싸, 캄캄한 밤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승객이 내리는 탑승구는 마치 학교 운동장에 있는 농구대와 같은 것을 밀어다 부치더니, 입국을 시켜주질 않는 겁니다. 입국관리에게 항의를 하려 했지만, 영어를 모른다고 ‘딱’ 잡아 떼니, 말이 통해야 뭘 하지, 참 나, 그 때, 퍼뜩, 나는 SOUTH KOREA 라고 소리를 치니, 그리 딱딱하던 관리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입국을 허락합니다. ‘음, 국력이 힘이다’. 그럼 날 NORTH로 알았냐? 속으로 ‘이 놈 내 부모, 조상은 이북 황해도다, 임마!’
입국대를 나오니, 그곳 사장이 나와 호텔로 안내, 이름하여 ‘옥타브라 스카야’ ‘10월 호텔’입니다. 구 소련의 10월 혁명(볼셰비키 혁명)의 이름을 따 온 것이라나, 빨간 완장을 팔뚝에 찬 사람이 여권을 내놓으란다. 기분이 별로 상쾌하지는 않았지만, 여권을 압수 당하고, 다음날, 회사 공장에서 일을 다 보고, 날 접대한 답시고, 놀러 나갔습니다. ‘푸쉬킨’ 광장을 지나,
예술의 전당 같은 음악당 앞에 이르니, 그 때 그 곳에서 하는 연주가 “민둥산의 밤”이었습니다. 도시 전체가 침침하고, 으시시한 것이 연주하는 음악과 분위기가 똑 같은 ‘데자뷰’ 를 느낍니다. 바로 귀신이 나올 것 같아 그 곳을 지나치니, ‘포템킨 광장’, 이 곳의 계단이 영화사에 길이 남을 ‘포템킨 함대’를 찍은 곳이랍니다. 그 영화는 처음으로 ‘모자이크’기법을 사용한 영화로 아주 유명합니다. 오데싸도 지금은 많이 발전했을 것입니다. 그 곳의 여자들이 얼마나 예쁜지,….
‘민둥산의 밤’을 소개하느라, 이리 긴 사설이 있었습니다.
무소르그스키는 작곡 기법이 어떤 면으로는 유치했지만 샘과 같이 솟아 나는 즉흥적인 착상과 드라마틱한 연출은 비범하며 비할 바 없는 미묘한 감각을 간결한 수단으로 표현했습니다.
러시아 5인조 중에서 대 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무소르크스키(Modest Mussorgsky)입니다.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 가극 ‘보리스 고도노프’ 등을 남긴 그의 대표작은 역시 묘사음악인 ‘전람회의 그림’일 것이다. 친구였던 화가의 유작 전에서 본 10장의 그림의 인상을 피아노 음악으로 표현하였고, 귀신들의 놀음을 표현하는 등, 이런 상황을 잘 묘사했습니다.
무소르그스키는 젊은 날에 벌써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가끔 그의, 코가 새빨간 사진을 보면, 예전에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한 번 중독에 빠지면, 헤어나기가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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