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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12-09 22:54
 조회 : 3,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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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詩를 통해 살펴 본 옛 선비들의 차생활
선비의 맑은 일, 차(茶)
-김종윤((주)태평양 건강부문 전무)-
요즈음 전통 차에 대한 관심이 차차 많아짐에 따라 ‘옛 선비들은 어떻게 차생활(茶生活)을 하였는가?‘ 하고 나에게 묻는 사람이 많 다. 그러나 늘상 그 내용을 자세히 살필 문헌이 많지 않아 애로가 이 만저만 아니다. 참고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단순히 그 내용을 알 지 못하는 궁금증에 그치는 선을 넘어선다. 현재까지도 다인들 사이 에 적잖은 논란이 되고, 이설(異設)이 분분한 까닭에 정확한 근거 없 이는 옛 선비들이 차생활을 섣불리 언급할 수가 없는 안타까움이 더 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차(茶)를 소재로 씌어진 다시(茶詩)가 적 지 않아 그 일부분이나마 짐작할 수 있음이다. 무엇보다 옛 선비들이 즐기던 네 가지의 맑은 취미(향 사르기, 차 달이기, 그림 걸기, 꽃 꽂 기)가운데 하나요, 자연에서의 나를 찾는 맑은 일(淸事)’이었다는 사실은 다시 몇 편을 통해 알 수 있다.
임춘의 ‘다점주수(茶店晝睡)’
몸을 던져 평상에 누워 문득 이 몸을 잊었더니, 한낮 베개 위에 바람불자 잠이 절로 깨네. 꿈속의 이 몸은 머물 것이 없었어라. 건곤(乾坤)이란 도무지 이 한 장정인 것을. (이하생략)
고려시대 학자 이인로(李仁老, 1152~1220)와 절친한 친구 사이 였던 임춘(林椿, 생몰 불분명)은 ‘다점에서의 한가로운 낮잠’ 을 즐 기며 위와 같은 다시를 남김으로써 ‘다점’의 존재와 선비들의 한가 로운 풍류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이색(李穡, 1328-1396) 또한 맑은 샘물을 보고 차를 생각할 만 큼 차생활을 즐긴 다인이었는데, 그가 남긴 ‘영천(靈泉)’이라는 시 는 그의 시 세계와 생활을 엿보게 한다.
학산 부리에 맑은 샘물 솟아 차갑게 폐부를 적시네 마시면 신선인 양 몸 가벼워져 현포(玄圃)를 생각나게 한다오. 어찌 시 짓는 창자만을 씻으랴. 이수(二竪)까지도 물리쳐 버리리 내 평생 맑은 일 사랑하여 다보(茶譜)의 속찬을 생각했었지 의당 돌솥을 가지고 가서 소나무 가지 끝에 비 날리는 걸 봐야지
포은 정몽주(鄭夢周, 1337-1392)는 ‘독역(讀易)’이라는 다시 를 통해 그의 차생활 기록을 남겼다. 피어나는 화로의 불과 끓고 있 는 돌솥의 물을 보면서 주역의 물을 상징하는 감괘와 불을 상징하는 이괘, 여기에 무궁한 의미가 있다고 해석한 유학자의 고매한 정신 세 계가 짐작가는 다시이다.
돌솥에 차가 끓기 시작할 제 풍로에 피는 불빛은 붉다 감괘와 이괘는 천지간의 쓰임이니 바로 이 뜻 무궁한 것이네
그렇다면 과연 고려, 조선의 옛 선비들은 차(茶)를 왜 일상생활의 벗으로 삼은 것일까? 조선 초기 선비들은 문방사우(文房四友)를 애지중지했으나 풍류 가 풍미한 말기의 선비들은 술과 시, 중상모략으로 낮과 밤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선비의 특징인 정심(正心)이 사라져버린 세대를 탓하 며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선생은 「차를 마시는 겨레는 흥하고 술을 마시는 겨레는 망한다」고 경고한 듯 하다. 굳이 다산의 말을 빌어서가 아니라 차가 흥했던 고려나 조선 전기의 선비들은 많 은 우리시를 통해 마음 수양에 필요한 차에 대해 노래하고 그 중요 성을 높이 샀음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그들은 끽다(喫茶)가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생각을 깊 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인생을 정신적인 면 에서 풍요롭게 하는 학자로서의 모습과 차를 통해 자연을 사랑하는 ‘자연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데 노력했다. 이는 찻물을 끓이는 소리에 대한 옛 선비들의 시적 표현에서도 드러난다. 이규보(李奎 報, 1168-1241)는 철병에서 물이 끓는 소리를 ‘생황’이 내는 운율 에 비유했고, 앞서 말한 정몽주는 ‘솔밭’을 스치며 부는 바람에 그 소리를 비기며 차의 덕(德)을 노래하곤 했다. 헌종 때의 실학자 이규 경(李圭景,1788-?)은 맑은 일(淸事)을 계절별, 시간별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하였는데, 지금 시기에 맞는 가을철에 관한 내용은 다음 과 같다.
(전략)옹중에 거문고를 뜯고 학을 길들이며, 금석이나 도기로 만든 그릇 을 관상한다. 정오에 연방(蓮房)위의 이슬로 벼루를 씻으며, 다구(茶具) 를 정리하고 오죽(梧竹)을 씻는다. 땅거미가 지면 사립문에 기대어 초부 (樵夫), 목동(牧童)의 노래를 들으며, 반월향(半月香)을 피워 놓고 국화 를 가꾼다
자연인으로써 생활 속에 차를 초대하여 정신적 향유를 누리는멋, 차 한 잔을 끓이는 시간의 여유조차 멋스럽게 여길줄 아는 선비들의 풍류, 청사는 실로 수준 놓은 우리 문화 생활의 한 편린이며 멋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후학(後學)들은 그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지 내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그 원료조차 우리 것이 아닌 ‘와인’으로 그 멋을 대신하려는 이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고보니, 흐트러진 정신을 가다듬어주고 마시면 마실수록 그 향과 깊이가 더한 차(茶) 의 미덕이 더욱 애틋해진다고 하겠다.
이에 (주)태평양은 잊혀져가는 우리의 소중한 다(茶)문화를 되살리 기에 노력하고 있으며, 다(茶)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가족, 친지간의 정(情)에 대해 다시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오늘도 생면부지의 옛 선비들이 가르쳐준 이치를 ‘세작(細雀)’으 로 우려낸 차 한 잔에 청해본다.
2003.시조문학 겨울호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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