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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12-17 21:49
 조회 :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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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박홍재
잊고 있던 기억 하나 주머니 속에 만져진다
닳고 닳아 희미해진 유년의 씨줄 날줄
두 끝을 엇갈려 잡으며 허둥대는 중년의 삶
배달 소년/임춘자
수상한 소문들을 집집에 밀어 넣고
신새벽 맑은 길을 꿈 하나 달려가네
오늘은 또 무슨 모의? 팡파레 하는 아침 해
< 뽑는 말 >
현대 문학으로서 현대 시조의 과제를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압축하여 생각할 수 있겠다.이러한 문제는 지금까지 많은 작
품을 심사하면서 느낀 결과이기에 앞으로 시조를 공부하려는
후학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째, 현대 시가 지녀야 할 기교의 숙련을 쌓아야 한다.
둘째, 시조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파격이 아닌 주어진 형식미에
있음을 알고 치밀하게 구성해야 한다.
셋째, 이미지를 통한 비유와 상징이 없는 감정의 직접 표현을
피한다.
넷째, 생경한 조어나 유행어, 어색한 외국어 표기를 피한다.
다섯째, 시상과 내용의 깊이를 취하되, 단순한 선입견과 모방을
피한다.
여섯째, 시조의 주제와 생명은 종장에 있음을 알고 시상을 전개
해야 한다.그러므로 이와 같은 문제점을 올바르게 인식
할 때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
박홍재의 <꿈>은 누구나 한번쯤 중년 나이에 들어서서 겪게 되는
그 어떤 상실감 같은 것을 치밀하고도 간결한 구성, 소박한 기교,
유연한 가락으로 자유시가 따르지 못할 시조의 장점을 나타낸 작
품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관념적인 소재를 관념적으로 서술하
지 않고 적절한 비유와 상징으로 표현하고 있어 시적 진실(문학성)
을 더해준다.
임춘자의 <배달 소년>은 신문 배달의 소년의 희망찬 삶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시상의 전개나 구성이 형식미
로 잘 정제되어 있다. 특히 종장 둘째구의 '팡파레 하는 아침 해'
를 주제로 설정한 점은 올바른 창작기법을 숙지하고 있다는 사실
이다. 아직도 많은 작품에서는 종장(3.5.4.3)에서 둘째구인 4.3이
아닌 3.5의 첫째 구에 주제를 설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초장의 '수상한 소문'에서 '수상한'이나 중장의 '꿈 하나 달려가네'
에서 '하나' , 종장의 '무슨 모의?' 같은 표현은 부적절하다. 시어
나 이미지 구사에 신중함을 잃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 준(시조시인 . 서울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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