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를
갈라내던
절절한 속울음을

 

누르고
솎아내어
따갑게 쏟아 내네

 

우르르
부어 놓으면
출렁이는
마음자락

 

 

<2006 샘터 시조상> 가작

 

 목련 
                         이미란

 

겨우내 먹 갈더니 정좌해 붓 잡았다
한데 모은 머리카락 바람 실린 나비 되어
파르르 화선지 가득 순백의 혼 수놓다.

 

 

<2006 샘터 시조상>가작

 

등나무
                           김숙선

 

무엇이
저렇게도
한 맺힌 인연일까

 

엮어서
꼬여 가는
세월의 피멍울로

 

토해 낸
보랏빛 송이
기다림의 초롱꽃

 

 

  시조가 현대문학으로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대시가 지녀야 할 기교의 숙련을 쌓아야 하겠고, '시는 언어의 예술이다'라고 하는 인식이 깊어야 할 것이며, 시조의 본령은 정형이라는 형식미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시조는 간결한 구성과 소박한 기교와 유연한 가락을 특징으로 삼고 있는 문학이다.
  샘터시조 문학상은 매월 입선한 작품 중에서 선별하기 때문에 그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울 뿐더러 설혹 입선하지 못한 작품일지라도 심사하는 기준에 따라서는 달리 돋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에서 멈추지 않고 새로 응모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한다면 누구나 대성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올해의 당선작은 위와 같은 내용을 중시 하여 심사한 결과 신선미의 <비>를 장원으로, 그리고 이미란의 <목련>과 김숙선의 <등나무>를 각각 가작으로 선하였다.
  신선미의 <비>는 소재의 사실적 외면세계의 묘사가 아닌, 시인의 내면의식이 심도 있게 나타나 있어 장중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리고 시상 전개나 작품구조가 감정상의 골곡, 의미상의 굴곡, 이미지상의 굴곡으로 건축에 있어서의 총체적 조형미를 띄고 있다.
  김숙선의 <등나무>는 우선 시를 이끌어 가는 힘이 넘쳐 있다. 첫째 등나무라고 하는 소재의 상징성이 선명한 이미지 묘사와 아울러 의인법의 토대에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고, 둘째 무엇보다도 중장의 어둠의 세계에서 종장의 밝음의 세계로 반전하는 기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란의 <목련>은 목련꽃에 대한 상식적인 서술이 아니라, 목련꽃이 피어 있는 상황묘사를 어느 화가의 예술 혼에 비유하여 문학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나타나 있다. 그리고 언어 선택이나 시조의 가락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기량도 갖추고 있다.

 

-김준(시조시인.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