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질
최민자
교화의 다림판 위 교복이 꿈틀댄다
사춘기 반항심을 스팀으로 눌러가면
안개 속 반듯한 길 하나 바지선이 살아난다
비2
최한결
누군가 빗줄기를 알맞게 조여놓고
현 고르는 소리에 나직이 젖어들면
감감히 시들은 생각 올연히 돋아난다
뽑는 말_ 최민자 님의 <다림질>과 최한결 님의 <비2>를 뽑았습니다. 최민자 님의 <다림질>외 <섬>도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고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초장과 중장의 겹쳐짐, 초장의 경직
된 언어 선택등이 거슬리는 <다림질>을 뽑은 이유는 은유와 상징적 표현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구겨진 교복과 사춘기의 야생마적 성질, 이를 교화하듯 스팀으로 눌러 펴고 반듯한 길 하나를 낸다는
착상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부분은 앞으로 연마해야 할 것입니다. 좀 더 시적 언어와 시적
표현으로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을 말랑말랑하게 녹이고 삭혀내야 합니다. 최한결 님이 <비2>는 그 무
수한 빗줄기의 연주에 젖어 시들었던 생각들이 다시 깨어나는 듯합니다. 비를 맞은 새싹들이 다시 생기
를 찾듯이…. 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듯 시도 갈고 닦아야 여려 사람의 마음을 비추게 됩니다. 시는 천 마
디 말을 줄여 한 마디로 만들되 천 마디 말보다 더 깊은 뜻을 담아야 하며, 실제 풍경보다 더 가슴을 흔
드는 그림을 그려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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