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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09-2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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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10둴 샘터시조/이근배,임춘자,손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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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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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시>
가을의 서(書)
이근배
살을 불지르며 아픈 정을 문지르며
돌하나 피가 돌 듯 울음으로 감싸 안는
긴 밤의 풀피리 소리 천지 간의 내 소리.
목마른 사랑의 때 시름은 강이 되고
달 따라 더욱 높은 산의 뜻은 말이 없이
내 정신 외로운 나무 잎이 지는 시절일레.
간좌향(艮坐向) 별을 찾는 많은 날의 많은 생각
이리 먼 연분의 길 꽃은 또 저무는데
애련의 빈 벌판 속에 님은 홀로 섰는가.
이 달의 초대시로 이근배 시인의 <가을의 서>를 추천한다. 이 작품은 3수 1편의 연시조로서 투명한 언어 감각과 이미지 묘사가 선명하게 이루어지고, 정서와 지성의 균형을 잃지 않음으로써 시를 보다 높은 차원으로 끌어 올린 점, 그리고 흥청거리는 시조의 가락을 보여주고 있는 점 등이 특징으로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수에서는 끝내 서러운 심정을 달랠 길 없어 긴 밤을 지새워 풀피리를 부는데 그 풀피리 소리는 바로 나의 소리인 것으로 이제 온 천지에는 나의 애절한 소리 뿐이라고 했고, 둘째 수에서는 산처럼 높게만 보이는 임께서 끝내 말이 없으므로 그 높은 산의 어느 한 모퉁이쯤에 서 있을 나무와 같은 나는, 가을 철에 잎이 떨어지는 듯 그렇게 실의에 빠진다고 했으며, 세째 수에서는 임을 대하기란 너무 먼 인연 같아서 꽃이 지는 가을이 되도록 뵈올 길이 없으니 지금쯤 임께서는 곡식을 거둬 들인 텅빈 저 들판에 홀로 서 있는 것이 아니냐고 토로하고 있는 점이다.
<추천시>
울타리
임춘자
수숫대 얼기설기 비바람 막고 서서
드는 소식 열어주고 나는 허물 가려주네
거친 손 짓무른 가슴 맨발로 선 아버지.
강원 강릉시 포남 2동 일송아파트 201동 1005호 033-651-1872
기림사(祈林寺) 가는 길
손병호
먼동이 깨질새라 기침도 참아 가며
또 가도 십 리 길은 여전히 남은 십 리
앞서 간 마음을 불러 내 등 뒤에 세운다.
대구 동구 신서동 561 아름다운 나날 302동 502호 018-500-3473, 053-961-9617
<뽑는 말>
시는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말은 감각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시란 어떠한 생각이나 느낌을 청각이나 지각을 통해 선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여야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에 있어서 청각적 요소인 리듬을 중요시한다거나 지각적 요소인 이미지를 절대시해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임춘자의 <울타리>는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시조의 율격(운율과 음보)이 가장 효과적이면서 평이한 시어로 짜여 있고, 구체적인 이미지를 통한 시상이 선명하게 이루어져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수숫대로 얽어 세운 울타리가 단순한 소재로서의 울타리가 아니라, 가정의 길흉화복을 막아주고 이끌어 주시는 아버지의 이미지에 닿아 자리매김하는 그의 성실성 때문이다.
손병호의 <기림사 가는 길>은 새벽녘 기림사를 찾아가는 여정이 화자의 능숙한 재치에 의해 단순함을 넘어 조금은 시적으로 전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인가 꼭 해야 할 중요한 한 구절이 빠진 듯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초장의 '기침도 참아가며'의 표현은 크게 호감을 갖지 못하는 구절이지만, 종장의 '앞서 간 마음을 불러 내 등 뒤에 세운다'의 표현은 범상치 않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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