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
정 담(경기 안산시 상록구)
운무가 새벽하늘 가득히 덮었다
촉촉이 맺혀지는 외투 깃의 찬 이슬
두 뺨에 닿는 촉감이 임의 손길 같아라.
짝사랑
송숙자(전북 정읍시 입암면)
갯맷꽃 피던 날도 아무 말 못 했어요
파도가 채근하고 바람이 다그쳐도
입 안에 맴돌던 그 말 부끄러운 한 마디.
뽑는 말
종장의 처음 두 음보인 3,5에서 3은 고정불변, 5는 5자에서 7자까지 허용합니다.
초장 중장을 3,4 또는 4,4로 반복하다가, 종장에서 잠시 호흡을 다스렸다가 휘돌
아 풀어내는 곳이 바로 종장의 3,5입니다.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 때 '하나, 둘,
세엣~'하는 이치입니다. 시조의 묘미를 잘 살리려면 이 변화되는 부분,마치 물
이 직류로 흐르다가 굽이쳐 곡류로 되는 곳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그래야 아름
답게 하고 여운을 줄 수 있습니다. 투고 작품 중에 회마다 종장의 3,5를 4,4로
쓴 작품이 한두 편씩 있습니다. 작품성이 좋아도 이것은 시조로서 결격 사유가
됩니다. 정담 님의 '운무'는 새벽안개의 촉감과 마음의 움직임을 엷은 담묵으로
표현했습니다. 송숙자 님의 '짝사랑'은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한 아련한 분홍빛
꽃물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자수를 정확히 맞춰도 자여느럽게 표현에 전혀 무리
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길하_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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