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김술곤
팔순 노모께서 육순 큰딸에게
엄마라고 브르며 칭얼칭얼 하신다
마침내 뿌리로 돌아간 잎새의 기인 여정.
헌 구두의 귀가
호미숙
다 낡은 구두 한 짝 현관에 들어서니
작은 신 줄 맞춰서 쪼르르 반겨주네
큰 구두 너털웃음에 집안 가득 환하다
뽑는 말
시를 짓는 것은 도자기를 굽는 일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우선 그긋의 형태를 일그러지지 않게 성형해야 합니다.
시에서는 이것이 내재율입니다. 아름답게 그릇을 뽑는
것은 살아 있는 시를 쓰는 일입니다. 높은 온도에서 구워
내야 단단하고 맑고 청아합니다. 한 번에 완성했다고 팽
개치지 말고 두고두고 읽고 음미해가며 뜨거운 불로 시심
을 달구어야 합니다. 그리고 싸늘히 식혀내야 백설같이 품
격 높은 그릇이 되고 시가 됩니다. 김술곤 님의 '치매'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읽히는 점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호미숙
님의 '헌 구두의 귀가'는 착상은 좋으나 종장에서는 반전하
여 밋밋해지는 것을 조여주어야 합니다.
최길하_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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