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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2-28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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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샘터시조 / 박옥균, 강정애, 권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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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2,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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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시>
옛탑 앞에서
박옥균
나를 고스란이
가둬 놓는 굴레가 되어
턱마다 피워 올린
바람의 허리춤들
한번쯤
기지갤 못 켜고
굳은 듯이 삭아간다.
이 달의 초대시로 박옥균의 <옛 탑 앞에서>를 추천한다.
이 작품은 그의 시집 [벗겨지는 바람이고 싶은]에 수록된 작품으로
시의 배경은 사색과 고독의 공간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시인의 내면의식이 강렬하게 형상화된 것이 특징이다.
시인은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꿈을 향한 욕망이 바
로 자신을 가둬 놓는 굴레가 된다고 보았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이 괴롭고 그렇게도 바랐건만 그것은 기지개 한번 못켜고 굳
은 듯이 삭아가고 있어 또한 괴롭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지난 세월이 모두 헛되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
<추천시>
연
강정애
실꾸리 풀린 바람이 헛바퀴를 도는 동안
부풀은 등을 밟고 방패연이 날아오르고
하얗게 나선을 그리며 고향이 떠올랐다.
동백
권혜경
선홍빛 붉은 자태 한세월 살아내고
응어리 맺힌 설음 토해내듯 떨고 있어
아리는 이 내 가슴에 핏빛으로 물드네.
<뽑는 말>
내가 시를 어렵게 쓴 것이라면 내 작품을 읽는 독자로서는 적어도 한달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소비해야 작품의 참 뜻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자기 시의 모호성을 자랑하고 있는 시인들도 있다. 오늘날 우리 문단에서
시만큼 독자들의 이해를 무시한 채 자기 멋대로 표현하면서 이러한 시의
모호성이 현대시의 표현 방법으로 이해되는가 하면, 심지어 표현의 부족
에서 오는 난해성이 시의 본질로 우대되는 추세다.
강정애의 <연>은 사물에 대한 사실성에 생명감을 불어 넣어 살아 움직
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형상화된 작품이다. 그러나 처음 대하고 볼 때의
신뢰와는 달리 읽으면 읽을수록 불안한 언어선택이 노출되어 율격과 시의
접근에 정확성이 부족함을 느낀다.
예컨데 '바람이', '방패연이', '고향이에서' '이'의 반복적 표현과 '날아오
르고', '고향이 떠올랐다'의 부적절한 표현 등이다. 시에 있어서는 언어를
통해 사물의 존재를 맞이하며 사물의 존재를 파악하게 된다는 것을 새길
일이다.
권혜경의 <동백>은 사물의 대상을 정확히 포착하고 초점을 벗어나지 않
으면서 시조의 운율을 적절히 배합한 것이 돋보이는 등 그 역량이 신뢰가
가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자기 능력에 맞는 소재 선택
으로 시조짓기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며, 시조의 형식미에 대한 숙련도를
보이고 있으며, 사물의 외연적 묘사가 아닌, 내면적 세계에 치중하면서 화자
와의 교감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준 - 시조시인.서울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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