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 축제/ 채영



산 계곡은 여름 내내 삼페인을 터뜨린다

힘 좋은 폭포 잔에 솟구치는 시원함

물벼락 맞은 알몸을 반겨주는 너럭 바위.









열대야/ 김정숙



북태평양 고기압 흐물대며 안기는 밤,

오츠크 해 저기압 잠 못 이뤄 뒤척일 때

바람은 봉창 너머로 스치다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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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는 글>

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으로 구성되고, 다시 초장과 중장은 3,4조 또는 4,4조의 자수율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종장에서는 급격한 변화를 일으켜 3. 5~8, 4. 3(4)조로 마무리되는 한

국 고유의 정형시다. 어떠너 작품이든 4음보의 자수율을 지키지 않았다면 그것은 3행으로 

이루어진 자유시이지 시조작품은 아니다. 이때 종장의 첫째 구 3음절(3자)의 자수율은 반

드시 지켜야 한다. 내용적인 구성을 보면 초장과 중장은'본 대로 들은 대로'의 상황묘사가 

이루어지고, 종장에 와서 '생각하고 느낀 대로'의 내용을 형상화하여 주제 단락을 끌어낸다.



이 달에 응모된 작품은 시상의 전개나 내용에 있어서 상상력은 뛰어나지만,시조 형식으로

형상화되어 있지 못하고 있어, 서두에서 시조 형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다시 한번 강조하

였다. 특히 석성혜의 <목 백일홍>은 그 작품성이 우수하면서도 시조 아닌 자유시로 이루어

지고 있다.



바람도 지친 염천은 적막도 아픔이라

생전에 못 지울 정 하나 속살 깊이 묻었더니

울컥, 붉은 눈시울에 팔월 하늘 다 젖는다.

(종장의 첫구 '울컥'의 자수율이 3음절에 맞지 않는다.)



채영의 <피서 축제>는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계곡에서의 여름 피서의 한 단면을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산 계곡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의 시원한 사실적 묘사를 삼페인에 비유하여

신선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시상이 단조롭기 때문에 내용의 압축이나 시상의 심화

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초장, 중장, 종장의 연결이 시상의 전개로서 잘 이루어

지도록 종결형 어미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정숙의 <열대야>는 열대야의 상황을 종장에서 생경한 언어와 직접적인 서술로 표현하지

않고 정서적 분위기를 통해 효과적으로 나타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앞에서 밝힌 각장에 대

한 이해가 잘 이루어지고 있지만,초장의 '북태평양의 고기압'의 운율이 전체 운율의 형성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 앞에서 밝힌 3. 4조와 4. 4조의 운율의 효과를 다시 한번 음미해 볼

일이다. 그리고 초장의 '흐물대며 안기는 밤'에서 '흐물대며'의 표현이 어색한 느낌을 갖게 한

다. 종장의 '스치다'에서 '스치다가'로 표현한다면 운율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김준<시조시인,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