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는 말* 

진용빈의 <재인폭포>는 소재의 특성으로 보아 웅장한 폭포의 사실적 외양 묘사에 머물기
쉬운 것이지만, 이에 머물지 않고 적절한 비유와 상징을 통해 내면의식이 깊이 있게 나타
나고 있다. 말하자면 소재를 단순히 소재 자체로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문학 작품으로서의 형상화를 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표현한다는 
명목으로 시조의 형식을 외면하는 요즘 풍토에서 볼 때, 이 작품은 시조 형식이 갖는 장점
을 잘 살려 정제미를 이루고 있다. 늘상 말하지만 초장, 중장에서는 본 대로 들은 대로의 
시상 전개가 이루어지고 종장에 와서 느낀 대로의 시상 전개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단
연 종장은 주제연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강렬한 의미나 내용은 반드시 종장에 배치
하여 시상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장에 강렬한 인상이나 의미를 배치할 때 종장의 
완숙한 마무리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재인폭포>는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시조로서의 완성도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초장, 중장의 비유를 통한 사실적 묘사와 
종장의 '시공의 날줄 한 올씩 꿰어가는 저 물줄기'의 표현이 그렇다.

한분옥의 <급류>는 시조 형식의 묘미를 잘 살려 이루어진 작품으로 문명의 비정함을 다루고
있다. 시조의 정형을 깨뜨리지 않고 나름대로의 독창성을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작업
의 하나라는 것을 이 작품에서 엿볼 수 있겠다. 내용에 대한 소재 선정이 조금은 어색한 듯하
고 말의 꾸밈새도 억지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바로 이런 점이 기교에 머물지 않고 계속 발전
하리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다만 초장의 운율을 생각할 때 '백년도 다 못사는 우리네 생애
앞에'와 같은 표현은 고려해 볼 일이다. 

-김 준(시조 시인.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