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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11-03 14:49
 조회 : 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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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숲을 깨우며
만은 김종원
늦가을 해질 녘 새털구름
팔공산(八公山) 비로봉을 감싸
코스모스 까만 씨앗 훗날을 꿈꾸는데
대숲 울타리 너머로
엉금엉금 기어오르는 저녁밥 짓는 연기 보며
수줍어 얼굴 붉히는 동화사(桐華寺)의 숲
깍깍깍깍 하루의 설거지를 재촉하는
다급한 까치울음소리
상수리나무 소나무 가지 끝을
부산스레 오가며
정적을 깨뜨리는데
대웅전 아래
싸리비 든 동자승이
한가로이
어둠을 쓸어내린다.
금세 잠든 숲
숲 아래
두 눈 반짝이는 영겁
염원을 모은 손
약사여래불 호올로 서서
잠든 숲을 깨운다.
하나로 통일로
(2005. 11. 01.팔공산 동화사에서)
.......................................................
교육인적자원부가 주최하고 대구광역시교육청이 대구 컨벤션센터에서 주관한 2005년 학교도서관대회를 참관하고 해질 녘에 들른 대구 팔공산(1593m) 기슭. 임 기다리는 가을의 여인처럼 발그스레 상기된 숲이 나그네를 맞아 주었다.
숲에 숨어 있는 것은 신라 소지왕 15년(493년) 극달화상(極達和尙)이 창건했다는 1512년 된 고찰 동화사(桐華寺). 동화사를 품고 있는 팔공산은 삼국시대부터 공산(公山).중악(中岳).부악(父岳) 등으로 불려져 온 영남 지역의 명산(名山)이다. '중악'이나 '공산'의 명칭은 「삼국유사(三國遺事)」.「삼국사기(三國史記)」등의 기록에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공산'은 현재의 팔공산을 칭하는 것이고, '중악'이라는 것은 신라 오악(五岳)의 하나로 불리던 명칭이었다.
927년(고려 태조 10) 대구광역시 달성군 팔공산에서 견훤(甄萱)이 이끄는 후백제군과 왕건이 이끄는 고려군이 벌인 전투가 있었다. 당시 신라는 거의 힘이 없어 실제로 후백제와 고려 사이에서 패권다툼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양자 사이에 큰 충돌없이 평화를 유지했으나, 926년 견훤이 고려를 공격하면서 본격화되었다. 927년 견훤이 신라를 공격하여 근암성(近城：지금의 문경시)과 고울부(高鬱府：지금의 영천시)를 빼앗은 뒤 경주를 습격하자, 신라의 경애왕(景哀王)은 왕건에게 원병을 요청했다.
그러나 고려군이 도착하기 전에 후백제군이 경주를 점령하여 경애왕을 자살하게 하고 신라의 보물을 약탈해 돌아오다가, 공산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5,000여 명의 고려원군과 부딪쳐 접전을 벌였다. 이 싸움에서 후백제군은 고려의 무장 김낙(金樂)과 신숭겸(申崇謙)을 비롯하여 많은 군사를 죽이고 승리했으며, 왕건은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이 때 죽은 김낙, 신숭겸 등 주요 여덟 장수를 기리기 위하여 공산은 이후 팔공산(八公山)이라 불린다.
내 고향 전북 장수에 있는 팔공산(1151m)과 이름이 같아 혼란스럽다. 대구의 팔공은 그렇다 치고 장수의 팔공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다시 살펴보아야겠다.
늦가을 점점 불게 물든 단풍을 구경하라는 듯 대구시에서는 팔공산 단풍축제 기간 중이었다. 해거름의 천 년 고찰과 울긋불긋 가을 옷을 입은 주변의 숲, 붉게 물든 비로봉 상공의 새털구름, 벌써 훗날을 기약하는 까만 코스모스 씨앗...... 허나 산사는 곧 어둠에 묻힌다.
숲 아래, 대한불교 조계종 서의현(徐義玄) 총무원장이, 전국을 돌며 결이 깨끗한 바위를 뒤져 전북 익산군 황등면 황등리에서 발견하여 1년 동안 옮겨와 1992년 11월 약 33m 높이의 화강암으로 조성했다는 거대한 통일대불 약사여래불 홀로 반짝이는 눈빛으로 영겁을 지키고 서서 갈라진 겨레의 마음이 하나로 되기를, 민족 통일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고 있었다.
우리가 한 마음이 된다면 못해 낼 일이 그 무엇이겠는가...
...................<2005년 11월 3일 학생의 날에 만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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