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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7-18 11:21
 조회 : 4,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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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ilman의 하루
안경이 눈이 되어 버린 어느 날. 
그 눈을 잃고
근자지소행(近者之所行)으로
침대에게 죄를 물어
칠흑처럼 어두운 그 밑을 더듬어
술래처럼 꼭꼭 숨어서 저를 찾는 소리를 즐기던
그 눈을 찾기 전,
건망증에 감사해야 할 파란 돈도 낚았다.
어느 누가 보고 있었다면 얼마나 재미있어 하랴.
나의 이 초라한 행복을
-건망증
젊어서도 물건을 잃고 항상 찾는 일이 중요한 나의 일과 중의 하나였다.
찾다 찾다 보면 '지금 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 거지?' 하고 찾는 것도 잊을 때가 퇴근 시간인 적도 많았다.
그래서 요즈음도 휴대하는 물건들을 옷에 붙들어 매는 일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갑, 핸드폰은 물론 안경 등, 줄로 매어달 수 있는 모든 것을 옷에 고정시키곤 했다.
그런데 고희(古稀)를 넘기고 보니 그 건망증 지수가 더욱 높아져서 젊은 시절보다 하루의 몇 분의 1을 더 찾는 일에 열심히 투자하고 있다.
서재에서 물건을 가지러 거실로 나가다가도 찾는 물건이 생각 나지 않아서 다시 서재로 들어오는 경우도 다반사가 되었다.
"당신은 외출할 때 여자보다 더 늦는 남자예요."
아내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외출할 때는 지갑, 핸드폰, 안경도 꼭 챙겨야 하지만 수도권에 살기 때문에 전철을 타는 것은 여행과 같다. 그래서 그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해서 산 MP3도 찾아야 한다.
그것들을 어디다 두었는지 몰라서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린다. 기억으로 찾지 않고 눈으로 찾는 나이라서 금방 찾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전철표는 뒷주머니, 지갑은 위 남방 주머니, 핸드폰은 허리에 걸고 또 혁대에 매어 두기로 한다.'하는 식으로 스스로 굳게 약속을 하였지만 그게 잘 지켜 지지 않는다.
금년 봄에 인도 네팔을 다녀왔는데, 10년을 아껴 쓰던 보이스 펜은 네팔에서, 선물로 받아 아껴 오던 멋진 모자는 인도 타지마할에서 잃고 왔다.
여행을 떠날 때 나는 많은 장비를 가지고 떠난다.
카메라, 캠코더, 보이스펜. MP3, 휴대폰, 그리고 카메라 다리 각종 충전기 등등. 그래서 다니면서 나는 물건을 잃고 다니는 것보다 흘리고 다니는 편이다.
물건을 잃지 않고 다녀온 여행이나, 지낸 하루는 나에게는 행복이 되는 일이다.
잃는 것이 많으니 사는 것도 많다. 돋보기는 수시로 사고, 고가의 Mp3도 두 번째나 잃고 바꾸었다.
잃는 것 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것이 카드(Card)였지만, 카드를 잃고 큰일을 당한 경험은 별로 없다.
나의 건망증에 대한 깊은 역사는, 잃었다고 생각되면 일단 신고부터 하여 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애용하는 카드는 만약을 위해서 현금카드이다. 잃어버려도 카드보다, 체크카드보다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 그 카드를 잃어버리고 찾고 또 찾아왔다. 은행에 가서 재발급을 받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하겠지만 그게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은행 담당 직원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또 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 오늘 새벽 아내와 함께 호수공원 연꽃을 보러 산책을 나가려고 반바지를 입다가 그 뒷주머니에서 그렇게 찾던 지갑을 찾았다.
그래서 아내에게 한 턱 아침밥으로 떠억- 내고 오는 길이다.
옛날과 달리 요즈음에는 옷이 너무 많아서 어느 옷을 입고 나갔다 왔는지 몰라서 찾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는 외출했던 그 옷을 찾는 방법을 비로소 터득하게 되었다.
'아아, 혁대가 있는 옷이 외출했던 옷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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