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이 나를 망하게 한다.

林明姬

아는 사람이 화장품 가게를 차렸대..

그래?.. 화장품 싸게 준대?  사은품 많이 주면 사러가자.

아는 사람이 고기 집 오픈했대.

그래?. 그럼 고기 좀 좋은 거로 많이 주겠네.  서비스는 당연하겠지? 거기 가서 회식하자.

아무아무개가 이번에 시집 발간했대.

그래 그럼 책 좀 달라고 해.  사인까지 해서 줌 더 좋고..

이게 한국사람 습성이란다.

반면 유대인은 어떤가.

친구나 친지가 음식점을 차리면 그 집이 맛이 있건 없건 비싸건 싸건 그건 처음에는 문제가 될게 없다.

조금 멀더라도 꼭 거기 가서 식사를 한다.  그리고 조언도 서슴지 않는다. 

'내가 먹어보니 이 음식은 어떻더라'..

'이건 값이 다른데 식당보다 비싼 거 같다.' 등등....

아는 사람 모두가 모니터 요원으로 적극 나선다는 것이다.

그럼 식당주인은 그걸 참고로 해서 더 좋게 개선을 하며 차츰 모든 가족과 친지들이 영업사원이 돼서 사람들한테 홍보를 하고 모임도 그곳에서 하면서 선전을 한다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리 잡는 동안 가족 친지들의 조언과 판매로 유지를 하면서 질을 개선하고 결국 이름을 날리게 되어 외부사람들한테도 적당히 알려졌을 때 가족은 그때서야 영업직에서 물러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시어머니 떡도 싸야 사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시어머니나 피를 나눈 부모라 해도 싸야 사먹는다는 말이다.

전에 살던 동네 여자는 집근처의 가게가 시누이가 하는 곳인데 마트보다 비싸다며 다른 길로 일부러 돌아가면서 싼 수퍼를 다니는 걸 봤다.  도대체 그렇게 절약해서 얼마나 큰 돈을 모았을까 궁금하다. 

우리네 이 생활방식이 유대인들의 생활방식과 비교했을 때 너무도 무색해진다.

한국 사람들은 아는 사람 덕을 보려는 습성이 있다.  공짜는 당연히 요구하고....

한국의 글쟁이들이 돈을 못 벌고 가난하게 사는 이유도 어쩜 이런 ‘아는 사람 징크스’에서 왔을지도 모르겠다.

글을 써서 책을 발간하면 나오는 즉시 전화통이 빗발친다.

출산의 고통과도 같은 어려움을 견디며 가슴속에서 심장 한 쪽 뚝 떼어내 만든 정말 자기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책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거 나한테 하나 보내라.’

‘나한테 몇 권 보내라.’

‘선물해라.’

누구하나 서점에 가서 뭉텅이로 사서 평소 가벼운 인사라도 해야 할 사람한테 하나씩 선물하여 작가된 친지의 노고를 축하하고 그 친지의 이름을 날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사인까지 해서 선물 받고 기껏

‘이 사람이 내 친구야’ ‘내 동생이야’ ‘후배야’등 자랑정도에 끝난다. 

그럼 그 자랑을 듣는 사람은 바로

‘그래? 그 책하나만 얻어주겠어?’ 하는 게 한국 사람이다.

나 또한 책 선물 받고 좋아하던 모습이 생각나 얼굴이 화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