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
 |
1,563
|
 |
3,636 |
 |
5,069 |
 |
3,118,073 |
 |
|
|
|
|
|
|
|
작성일 : 07-10-07 09:28
 조회 : 2,996
|
 http://www.mest.kr [366] |
모처럼 빨랫감을 내 걸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겼다.
왼걸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제대로 탈수가 되지 않았구나.....는 난감함에 부딫친 것이다.
마누라가 시킨대로 기계를 작동시켰는데 그것도 잠들기 전에 시도했으면 8시간이 지난 아침이어서 뽀숭한 채로 내다 걸 수 있겠거니 싶었는데 이건 영 아니 올시다였다. 물기가 빠지지 않고 후줄근한 채 였다.
그렇다고 다시 집어넣고 돌리자니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그런 표시는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일순 짜증이 치밀었으나 '....이게 다 마늘 덕분에 겪는 고락苦樂의 경험이겠거니 여기란 뜻...'으로 속내를 누르느라 그만 눈물이 쏘옥 빠질 번 했다.
집안 이곳 저곳에 마늘 부재중 주의사항을 돌아보곤, 아참~ 오늘이 일요일이니 화단에 물을 주어야겠구나, 마른 빨래는 구분해서 개켜다가 장농 두번째 서랍에는 양말, 세번째 서랍에는 런닝, 네번째 서랍에는 팬티 이렇게 차곡차곡 넣어야 겠구나, 화분물은 1 리터씩 한 화분마다 뿌려야 겠구나, 창문은 15 센치가량을 열어놨다 15분 후쯤에 닿는 것 잊지 말아야지, 가스점검을 소홀해선 안되지....하며 메모지를 드려다보며 궁시렁 거렸다.
잠이 들락거릴 땐 비몽사몽간에 손을 뻗어 마늘의 젓꼭지를 파고드는 손 버릇이 천하별미였는데 그럴때마다 '아이구~ 이 양반 잠꼬대 그만 좀 하세요.잠 좀 자게....."하던 일이 딱 없으니 그만 심심하고 허전해서 멀뚱거리다 혼자 잠 여행 지나는 적적함을 차마 어쩌지 못한다.
마늘 여행 떠난지 오늘로 닷세째고 아직 돌아 오려면 열 사흘이나 기다려야 하는데, 도무지 시간가는 것이 더디기만 한 것은 또 왠 일일까. 평소같으면 쏜살같던 나날이 갑자기 어디서 발병이라도 고치고 있다는 모양인가....고 생투정이 다 들 정도인걸 보면 이게 제대로된 내 정신인지조차 구분이 잘 되질 않는다.
그러게 평소에 마음 속 비상대책을 잘 해 놓을 일이었다. 몇일이고 마늘의 빈 자리가 생긴다해도 끄떡없을 대안을 강구하고 있어야 했다. 꼭 유비무환이 아니더라도 그만한 마음가짐을 고이 연습이라도 해 놓았어야 할 것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무슨 일이고 생긴 뒤에 속앓이를 해본들 버스지난 뒤 손 들기일 뿐인 것을.
조금만 더 꼭 참고 기다렸다가 마늘이 한바퀴 돌아오면 그 때 봐서 자세히 물어봐야 겠다고 몰래 생각해본다.
|
|
Total 5,103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