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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10-21 10:09
 조회 : 5,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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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강에 밤이 드니
추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배 저어 오노라
<지은이>월산대군. 조선조 정종 임금의 형님으로, 이름은 정, 자는 자미,
호는 풍월정. 서사를 좋아하였고 문장이 뛰어나, 그의 시작이
중국에까지 널리 애송되었다 함.
고양의 북촌에 별장을 짓고 일생을 자연에 묻혀 지냈다.
<말 뜻> 추강(秋江) : 가을의 강. 가을철의 싸늘한 강.
차노매라 : 차노라! '~노매라'는 감탄형 종결어미.
무심(無心)한 : 별다른 욕심이나 잡념 따위가 없는 허허한 마음.
<감 상> 가을 강에 찾아오니 물결이 차구나! 낚시는 드리우나 고기도 아니
무는구나. 그래서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가 홀로 쓸쓸히 돌아오
는구나!
초 · 중 · 종장의 끝머리를 모두 '~노매라'로 끝맺음으로써 계절적인
배경에서 주는 스산함을 배제하고 오히려 경쾌한 리듬을 느낄 수 있
도록 하였다. 되풀이와 다짐의 효과이다. 특히 가을 밤의 강의 싸늘
한 풍경이 적절한 소재와 적절한 구성으로 짜여져 있어서 운치를 더
해 준다.
"물결이 차노매라" "고기 아니 무노매라" "빈배 저어 오노라"등의 구
절은, 말 그대로는 부정적인 표현이지만, 그 문의는 오히려 매우 긍
정적이며 여유있는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풍성함이 엿보이므로, 지
은이의 문학성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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