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아침

안주봉

희뿌연 거울 앞에 넥타이 매던 사람
다시는 오지 못할 겨울로 떠나던 날
뒤늦게 달력을 넘겨 동그라미 그렸다

허기진 그림자는 사선에 뒤엉키고
남루한 일상들이 낙엽처럼 흩어져도
끝내는 맴돌아 오던 내 아픔의 둘레였다

아직도 찾지 못한 생애를 건너는 길
이름 하나 내려놓고 빈 거리로 나서면
넥타이 매다만 목젖 찬바람만 휑하다

 
ㅡ『나래시조』(2019,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