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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9-27 23:14
 조회 : 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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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시조 – 이정자
신비의 화백
김 기 석
붓끝에 출렁이는 철학은 별이 되어
신비의 섬광으로 화실을 둘러치고
화백은 물감을 풀어푸른 성을 쌓는다.
불가사의 환상을 화필 끝에 고루 찍어
열정을 태우는 촛불구순의 화혼이여
신화는 이제부턴가 하늘색이 푸르다.
시는 감정과 정서의 표현이다. 유가에 의하면 정(情)은 인간의 본성이 외물에 감응하
여 발현한 결과 또는 상태로써 외물의 자극이나 조건에 심기(心氣)가 성(性)을 근거로 하
여 구체적으로 발현한 것이라고 한다. 곧 우리의 감정은 외부조건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
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감정은 갈대 같고 구름 같아 그 변화 또한 헤아릴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감각기관을 통하여 끊임없이 경험하고 인식하고 반응한다. 여기서 시가
탄생한다.
위 시는 ‘하반영 화백의 신비에 부쳐－’란 부제가 붙은 시이다. 화백의 나이 아흔인가
보다. 그런데도 열정을 태우는 화혼을 보며 시인은 그 감동과 감격을 한 편의 시작품으로
형상화했다. ‘붓끝에 출렁이는/ 철학은 별이 되어// 신비의 섬광으로/ 화실을 둘러치고
//화백은 물감을 풀어/ 푸른성을 쌓는다“가 첫 수이다. 곧 화백의 철학이 화실을 밝혀
푸른성을 쌓는다. ‘출렁이는’ ‘별이 되어’ ‘섬광’ ‘푸른성’등의 시어는 젊고 생동감이 있고 활
기차고 희망차다. 구순 된 화백의 열정에 감동된 시인 또한 그 감흥에 젖어 자신 속에 내
재되어 있던 젊음의 시어들이 저절로 분출되어 나온다. 화백의 푸른 성 쌓기는 곧 시인의
푸른 성 쌓기이다.
둘째 수에서도 ‘불가사의 환상을/ 화필 끝에 고루 찍어//, 열정을 태우는 촛불 /구순의
화혼이여// 신화는 이제부턴가/ 하늘색이 푸르다.’에서 ‘환상’ ‘열정’ ‘촛불’ ‘하늘색’ ‘푸르다’
등의 시어 또한 젊고 열정적이고 희망적이다. 종장에서 ’신화는 이제부턴가 /하늘색이 푸
르다‘ 는 구순의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건강하고 마음이 젊고 열정만 있
으면 못 할 것이 무엇이랴. 구순의 화백에 필자 또한 경의를 표하며 힘을 실어 드린다.
이렇게 시인은 어떤 대상에 시심이 꽂히면 내면에 가라앉은 정서가 분출한다. 이를 문
자라는 기호로 형상화하여 표출한다. 그래서 시는 뜻이 가는 바를 표현한 것으로 마음속
에 있으면 뜻이 되고 말로 표현하면 시가 된다고 한다. (2014, 시조문학,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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