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야마/알펜루트/구로베 협곡

여름에 즐기는 겨울 맛: 알펜루트

                                     - 이정자

 

   5월 29일에서 31일, 2박 3일 일본 여행을 했다. 일본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싶다. 그간 일본여행은 여러 번 가고 여러 곳을 다녔지만 알펜루트 여행 코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그간 직항노선이 정기적으로 없다가 최근에 정기적으로 직항노선이 생기면서 여행사에서 신상품으로 내 놓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확실히 눈이 많은 나라이다. 어느 해엔 3월에 홋카이도에 갔는데 눈이 많이 와서 눈 속을 버스가 조심스레 달려 간 적이 있다. 다녀 온 일주일 후 해일이 났고 후구시마 원전 사고가 났다. 어느 때는 가고시마에서 화산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신기해서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그런데 가이드 왈 여행을 하면서 화산을 한 번 보기도 어려운데 오늘은 3번연이어 일어나는 것을 보니 심상치 않다며 바로 그 곳을 빠져 나왔다. 아니나 다를 까 그 다음날 화산이 터져 그 아름답던 마을을 화산재가 덮쳤다는 것을 뉴스에서 보기도 했다. 일본은 이렇게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 여행에 안전을 쓰게 된다.

   이 번 여행은 여름에 즐기는 겨울과 봄의 서경이라 할 수 있다. 탄성과 놀라움으로 이만큼 순수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던 여행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러시아의 2월과 6월의 자연도 보았고 호주와 뉴질랜드의 자연도 보았고, 미국 서부의 대자연도 보았고, 천혜의 축복을 받은 듯한 북유럽과 스위스의 자연도 보았다. 그 때도 탄성을 연발하며 열려진 입이 닫혀 질 줄 몰랐을 때도 있었다. 특히 ‘그랜드캐넌’을 처음 보았을 때와 백두산 ‘천지’를 처음 본 감격이 그랬다. 그것은 몇 분간이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 코스는 3일 내내 탄성으로 힐링 자연을 만끽했다. 물론 확실한 전망을 보기 위해 힘든 계단을 많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제팬 알프스는 일본의 중앙에 위치한 산맥으로 3천 미터 규모로 일본이 자랑하는 산맥이다. 또한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는 제팬 알프스를 관통해 도야마와 나고야 등 두 개현을 잇는 국제 산악관광루트이다. 90㎞의 코스로 이루어졌으며 이 루트를 다 지나는 데에는 5시간에서 6시간이 소요된다. 이 루트는 다테야마 역에서 나가노현 쪽의 오기사와 역까지 케이블카·고원버스·트롤리버스·공중 케이블카를 번갈아 이용하여 횡단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교통수단으로 가는 동안 하늘 육지 지하를 관통한다. 이렇게 횡단하는 루트에서 일본 제일의 낙차를 자랑하는 쇼묘폭포도 보고, 그 주변 자연 경관도 보고, 쿠로베 협곡도 구경한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대자연과의 조화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은 힐링이다. 이곳은 계절마다 특색을 갖고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을엔 단풍에 물든 자연경관으로 관광객은 줄을 잇는다고 한다.

   ‘일본의 알프스’로 불리는 다테야마 연봉은 스위스의 알프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해서 영국인 산악인이 붙인 이름이란다. 사실 필자가 본 바로도 알프스의 자연보다 더 다양하고 아름다운 곳이란 생각을 했다.

   6월의 더위에도 인공을 더한 ‘설벽’사이를 거닐 수 있는 곳이다. ‘눈의 대계곡’이라고 불리는 설벽(유키노 오타니), 도로 양쪽에 쌓인 눈이 20m, 그 사이의 길을 걷는다. 약 500m-. 물론 버스로 가는 관광객도 있었다. 서양인들도 드물게 있었다. 일본인 신혼부부가 가장 많이 찾는 다는 오키나와에 갔을 때도 거의 일본인 일색이었는데 알펜루트 또한 거의 일본인 일색이었다. 일본인들이 꼭 한 번 와보고 싶은 곳, 한 번 와봤더라도 매력에 빠져 두 번, 세 번 오는 곳이란다. 경제력과 인구 면에서 이렇게 자체여행인구만으로도 충족할 수 있기에 굳이 외국인 여행자들의 수요를 끌기 위한 노력을 이곳까지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은 듯 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평평한 산등성이를 걸으면서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해발 3,000m안팎의 고봉들 위에 내려앉은 하얀 설경의 풍경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기도 한다. 너무나 멋진 ‘다테야마 연봉’을 한눈에 담으며 노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에덴의 동산이 따로 있으랴 싶다. 어떤 이는 이곳에서 천국을 만끽한다고도 했다.

   도야마현의 또 다른 대표 관광지는 ‘구로베 협곡’이다. 구로베 강의 상· 중류에 걸쳐 깊은 V자형 골자기를 이루고 있는 곳으로, 깎아지른 절벽과 크고 작은 계곡, 그리고 에메랄드빛 강물이 자아내는 풍경은 관광열차 ‘도롯코 열차’로 즐긴다. 열차는 우나즈키에서 게야키다이라까지 총 길이 20.1km를 평균 시속 16km로 1시간 20분에 걸쳐 협곡을 가로지르며,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절경을 맛본다. 열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도 ‘구로베 만년설’을 만날 수 있고, 중간 중간 대자연 속 온천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일본은 온천의 나라이기도 하다. 어느 곳에선 잠시 발을 담그고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이곳 ‘일본의 알프스’ 도야마는 워낙 폭설이 잦은 곳이라, 한 겨울에는 열차가 운행되지 않고, 4~11월에 운행과 함께 관광시즌이란다. 그 외 구로베 땜(해발 1,500m에 건설된 아치식 댐 높이186m), 나가노 동계 올림픽 개최지 등 본 곳 느낀 것도 많지만 이것으로 마무리 한다.

   2박3일간의 알찬여행, 일행 모두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단풍시즌에 다시 오자고 파이팅을 외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

(2017, 이대동창문인수필집 게재:주제가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