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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12 18:52
 조회 :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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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 오면... -. 메이데이
- 이정자
오월이면 대학마다 축제의 색깔로 캠퍼스는 온통 싱그러운 녹음과 어우러져 젊음을 곱게 물들이고 있다. 5월의 젊은 열기를 보며 나의 그 시절을 상기해 본다.
5월 31일 <메이데이>는 많은 행사를 곁들인 이화인의 축제날이다. 메이데이의 ‘하이라이트’는 <오월의 여왕 대관식>이다. 각과에서 뽑힌 과 퀸 중에서 심사위원들의 투표에 의해 최고 득점자가 여왕이 되고 차점자는 수석시녀, 나머지는 시녀가 된다. 육군 사관학교 밴드부가 호위병이 되어 그 날의 행사에 빛을 더해 준다.
각과 퀸의 조건은 B 학점 이상에 키 160 ㎝ 이상이지만 무엇보다 과 친구들에게 신망이 있어야 한다.
이화잔치는 그 시절 그야말로 지성과 낭만의 한마당이었다. 여러 곳에서 여러 가지 행사가 있었고, 게임에서 받는 상품권과 그 날의 행운권도 많았다. 그에 따라 각 기업체에서 내놓은 상품도 푸짐했다. 행사 순서 가운데 대강당에서 노래자랑이 있었다. 그 때 내 친구의 파트너가 나가서 ‘Mr. Lonely’를 아주 잘 불러 상품도 푸짐하게 탔다. 그들은 부부가 되어 아름다운 음악가정을 이루고 있다.
행사 순서의 피날레는 역시 쌍쌍파티였다.
오월의 긴긴 하루가 땅거미를 적시러할 즈음에 재학생은 누구나 파트너를 데리고 운동장으로 운집했다. 과별로 원형을 그렸고 체육과 교수님들의 지도에 따라 우리는 포크 댄스를 했다. 파트너를 바꾸어가면서 돌아가는 댄스였다. 한 소절이 끝나고 자기 파트너를 찾아가는 순서였다. 내 친구가 자기 파트너를 못 찾아 좀 헤매었다. 그 때의 에피소드를 듣고 우리는 깔깔대며 웃었다. 그리고 그 남자의 푸근한 말투에 좋은 점수를 주었다. 내 친구가 찾아가서는 하는 말 “보여야 찾아오지” 그 파트너 왈 “그래도 발 돋음 한 걸”하더란다. 그들은 부부가 되었고 남편은 모교의 교수가 되었다. 남매를 두었는데 아들이 176㎝, 딸이 163㎝이다. 엄마 아빠가 작다고 꼭 닮는 것이 아님을 증명해 준다. 남매가 다 아버지의 길을 따라 의사가 되었다.
지금은 모교에서 그 때의 <메이데이> 풍경은 볼 수 없다. <메이데이>의 ‘하이라이트’였던 <메이퀸 대관식>도 없어진지 오래다. 80년대 학생운동이 한창일 때 총학생회에서 특권의식 조장이라며 <메이퀸 선거> 자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특권의식 조장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특권의식을 스스로 부여하게 되는 것이고, 하루의 축제 마당에서 즐기기 위한 여러 행사 중의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즐거운 볼거리에 불과할 뿐이다. 실제로 신분이 격상되는 것도 아니고.
5월의 축제를 바라보며, 추억 속에서 맴도는 나의 그 시절을 생각한다. 풍성한 축제의 한마당을 즐기던 그 시절의 <메이데이>가 지금도 그립다. 추억은 아름다워라.♠
(이화동창 2010년 여름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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