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시>

가로수

박솔아

초록의 힘찬 기운 짐 벗듯 내려놓고
생의 일기 쓰고 있는 뼈마디 갑골문자
뜨겁게 살은 잎새는 붉은 낙관 찍고 있다.


노부부

장경미

손수레 사이 두고 휘움한 두 그림자
건져온 삶의 무게 금슬(琴瑟)로 끌고 가니
저녁달 손수레 앉아 부부의 정 밝힌다.


<뽑는 글>
시조를 쓰는 이유로서 단순히 시조가 우리 민족문학이기 때문에 이를 계승하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민족 문학을 수호하려는 정신과 창작정신과는 별개의 문제로 지적될 일이다. 시조는 3장이라는 용기(그릇)에 시상을 처리해야되기 때문에 더욱 비범한 발상과 깊은 사상의 승화로 감동을 주어야 하고, 시어의 결합이나 시상의 굴절의 도가 오묘한 경지에 이르러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 박솔아의 <가로수>는 가로수라는 대상을 의인화시켜 인생의 삶과 조응시킴으로써 보다 감동적 생동감을 부각시키려는 의욕이 강렬한 작품이다. 그러기에 초장의 '초록의 힘찬 기운/ 짐 벗듯 내려 놓고'와 중장의 '생의 일기 쓰고 있는 / 뼈마디 갑골문자'와 같은 내적 극복이 자기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종장의 '뜨겁게'의 표현이나 '살은 잎새는'. 그리고 '붉은 낙관 찍고 있다.'는 부적절한 느낌을 갖게 한다. '뜨겁게'는 초. 중장의 내용에 비해 평범한 시어이며 '살은'은 '살아 온'으로 '붉은 낙관 찍고 있다.'는 가로수보다는 연꽃에 사용하는 시상이다.
장경미의 <노부부>는 사실적 예시를 통해 금슬이 좋은 노부부의 정을 묘사하고 있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초장에서 공간적 구도가 적절치 않고 '손수레'라는 반복적 시어를 피할 것이며 '건져온'의 표기 또한 '건져 온'으로 띄어 써야 하고, 종장의 '부부의 정/ 밝힌다'의 표현이 평범한 설명으로 전달되고 있어 극적인 감동을 받기 어렵다.

김준(시조시인. 서울여자 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