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에 대하여
김 건 식
내 사랑이 미진하여 떠나버린 너를 두고
원망이나 미움 따윈 세월 흘러 무뎌졌다
하지만 잊혀진다는 것이 어찌 그리 쉽겠는가
품앗이
채 순 이
품앗이 다녀오신 어머니 얼굴 가득
팔팔 끓는 햇살마냥 붉은 기가 가득하다
이런 날 내 가슴은 온통 호수에 잠긴다
뽑는 말
김건식 씨의 '미련에 대하여'는 가락이 거슬림 없이 유연합니다. 샘터 시조는
생활 속에서 느끼는 정서를 우리 가락, 우리 그릇에 담아 마음속 유전자 같은
무늬를 다시 찾고, 좀 더 맑고 밝은 세상을 열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기
억합니다. 그 취지에 맞는 시조입니다. 그러나 종장을 너무 맥없이 풀어버렸
다는 느낌이 듭니다. 옛 시조들은 종장의 마무리를 의미 없이 흘려버렸지만
이 시대의 정서로는 맥없이 놓아버리면 싱겁고 맛이 없어지게 됩니다. 한동안
여운이 감돌게 하던가, 꽃향기같이 상큼하게 기분을 승화시켜 주어야 합니다.
글자 수가 같다고 하여도 다루는 솜씨에 따라서 느껴지는 가락의 감흥이 달라
집니다. 채순이 씨의 '품앗이'는 종장이 초, 중장과 연결이 될 듯하면서도 잘
안 되고 있군요. "시를 받는다"고 말한 시인이 있습니다.몸과 마음을 낮처 다정
하게 다가가면 모든 생명과 자연은 다가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모든 자연 속
에서, 시를 한번 받아보십시오.
시를 받아 마음을 아름답게 꽃피워 보십시오. 새해에는.
최길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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