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김병욱
맑은 날 발 앞에서 넘어져도 못 본 척
흐린 날 눈앞에서 불러도 못 들은 척
빗줄기 콧등 때리면 생각나는 친구야!
장마
송숙자
반갑게 맞이하여 한 이틀 쉬라 했더니
갈 낌새 보이지 않고 눌러앉아 살려나
얄밉게 눈치도 없이 보송거림 다 먹네.
뽑는 말
생활 속에서 보고 느낀 것을 시조로 짓는 생활시조라도 '시가 있는 시조.
가락이 있는 시'로 만들어야 합니다. 시조가 인기 없고 대중화되지 못하
는 이유는 시적이지 못하고 너무 밋밋한 언어로 글자 수 맞추기에 바쁘기
때문입니다. 시조는 짧은 형식이기 때문에 시보다 더 시적이어야 합니다.
내재율을 갖춘 음악이어야 하며 영상으로 그려지는 회화여야 합니다. 장
과 장 사이는 여운이 있는 여백, 철학이 스며 있어야 합니다. 초장, 중장이
물의 직류라면 종장은 한 굽이 감아 도는 일곡一曲 입니다. 시보다 더 시적
인 시조, 내재율이 느껴지는 시조를 염두에 두고 다듬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이 달에 뽑은 '우산'과 '장마'는 가볍고 경쾌합니다. 그러나 너무 밋밋합니다.
종장에서 한 굽이 전환만 하여도 맛이 확 틀려질 수 있습니다.
최길하_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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