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말할 때 우리는 뜨거운 태양을 떠 올린다.
그러나 여름은 열림이다. 열매의 열음이다. 열어젖힌다는 뜻이다. 무한한 우주를 열어젖히고 대지를 열어젖힘이다. 절정인 동시에 말세고 시작의 열림이다.  스물네개의 시간과 네 계절의 음악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 경합을 펼치는 열린음악의 여름이다.

  여름은 그래서 팔팔끓어야 제격이다.

  그렇다. 여름이 열리기 위해 봄이 있고 뒤에 가울이 예비한다. 여름이 제대로 열려야 가울이 제대로 익고 열린다. 제아무리 천고마비를 들먹인다 해도 여름이 열어주지 않으면 씁쓰름한 맹탕에 다름아니다. 잔인한 가시나의 태풍이 열어 할퀴고 홍수가 짖 열리며 하늘에서 옹기바기지 빗물이 펑펑 쏟아져야 가을이 풍성하게 열린다.

  수박이 태양의 열기를 머금지 않으면 맛이 없다. 포도가 그러하며, 복숭아 배 능금이 또한 그러하다. 그보다 더한 열음이 있으니 축구공 그 태양의 신비를 힘껏 걷어차 올려야 여름이 익는다. 인간인 우리의 이목구비가 영생을 향해서 숩쉬게 하는 쌀알이야말로 태양알이다. 뜨거운 여름의 열매다.

  누가 아무리 웰빙을 떠든다 해도, 산삼, 홍삼, 해삼 공삼, 중삼, 고삼을 들먹인다 해도 '태양삼-여름삼이 가미된 천하일미 "밥삼"만 못하다. 밥삼을 찾아 인류는 머언 여로의 행진을 펼쳐왔다. 지금도 펼치고 있으며 미래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삼시세끼건 두끼건 일곱끼건 이 여름의 열매를 먹지 않고선 모든 살아있는 동식물은 견디지 못한다. 하물며 영장류의 으뜸인 인간이랴. "빵이 아니면 자유를 달라"고 외치던 프랑스혁명의 건아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지 왜 저리 떠들지?" 했다던 태양왕루이14세도 "라이스"의 마력을 어쩌지 못했다.

팔팔끓는 여름은 그래서 좋다.

선풍기, 냉장고, 에어컨을 찾아 뜨거운 가슴의 열정을 식히려 하지마라. 그렇게 목숨을 구하지 마라! 뜨겁게 팔팔끓는 8월의 햇볕속에 데운 물을 마셔줘야 몸이 편하다. 냉수는 속차리는데는 효험이 있으나 건강에는 못 미친다.

매운, 그것도 몹시 매운 청량고추나 낚지볶음이 좋은 것은 그래서 여름이다. 땀을 펄펄흘려야 시원해 진다고 누가 말했다고 따질것도 없다. 무조건 여름은 뜨거워야 한다. 팔팔 끓어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끓어도 불과 하루일 뿐이다. 8-8한 날 그날일 뿐이다. 8월8일이고 15일까지다.

  에밀레 종을 종틀에 부어놓았을 때를 생각해 보라. 더도 말고 한번만 생각해 보라. 그 이상 뜨거울 수가 없는 쇳물 속에서 살아난 신라정신의 한 소녀 그 가녀린 아이를 떠 올려 보라. 에밀레~하고 울어댈자 누구인가!

"쉴러"가 한 겨울 동장군이 만일 온다면 봄이 어찌 멀었다 하리! 외치던 가슴으로 우리는 나서서 외쳐야 한다. "팔팔끓는 여름이 좋아! 정말 매우 좋아"
여름을 붙잡고 그렇게 노래하자.

  절대신앙의 상징 저~ 붉고 붉은 태양을 맘껏 향유할 수 있는 이 여름을 붙들고 춤추자.
여름아~ 여름아~ 킹콩 울려 퍼지게 하자. 바다와 산과 강과 들판의 곡식을 달구는 여름을 기리자. 장장하일 얼마든지 뜨겁기를 바라자.

시원한 가울바람 뜨겁게 품고 선 팔팔끓는 여름이길 빌자. 

 * 이 글은 2006/08/18 오후 7:14 에 매스타임즈에 올린 글을 폅니다. * 최종수정일 : 2007.08.01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