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문학진흥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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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10-12 09:06
큰 시인 거기 계셨네
 글쓴이 : 오름
조회 : 3,412  
   http://www.mest.kr [267]
녹원錄源 이상범시인 상면기
▲ 시집에 사인하시는 이상범 선생
이른아침 일곱점 반, 마련해선 길을 잡았다. 초대면의 길. 일만선생의 귀뜸이 아니었다면 언감생심 했을 길. 물어물어 김포가도~라고는 하지만 지하철-버스에 기댄 음양이 교차된 걸음이었다. 낮 12시 약속을 한 시간이나 앞당겨 10시반에 김포시 감정동 S아파트 근처에 이르러 뜸을 들였다.

이윽고, 7순을 훨씬 넘겼다고는 하지만 동안童顔으로 맞아주신 녹원선생 응접실에 자릴 잡았다. 성성하신 눈길이 따뜻하고 화기로웠다. 녹차를 다리시며 한녘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래, "문학저널" 김창동 님의 얘긴 들었지만, 누군지 일면식도 없는터에다 과연 시인으로서의 자질하며 꿈이 어떤지도 모르는 처지에 추천을 할 요량이 나질 않았던 것이외다."

"사실은 일만선생께서 한번 찾아뵙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도 계시고해서 염치불고했습니다. 時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가르침 바랍니다."
▲ 書架에 걸린 액자(방에 난이 있은즉 향기가 사방에 넘친다)
"그래요?" 눈길을 주시면서, 시집을 꺼내 사인해 주셨다. "詩人의 感性-꽃에게 바치다-풀무치를 위한 명상-풀빛화두-고요詩法 그리고 "불교방송 문학관" 비디오테입이었다.

그 자리에서 비디오테입을 손수 틀어주셨다. "詩(時)의 세계가 함축되 있으니 봐두시면 좋을 것이외다" 라시며. "이미지와 언어의 싸움, 혹독히 하라"는 결구가 가슴을 때렸다. "근처 밖에 나가 점심을 들면서 얘기 나누는게 좋겠어요" 이끌림에 이웃 "바다의 향연" 횟집으로 옮겨 앉았다.

"복분자 두어잔이 고작"이시라며 몇모금 드셨다. 응접실에 걸려있는 액자글귀부터 여쭸다. "방에 난이 있은 즉슨 맑은 향기가 사방에 넘친다"는 한시漢詩라 풀어줬다.

"관념적인 말은 누구나 한다. 시인은 남이 하지 않는 새로운 말을 해야한다. 시조란 그 시대의 율조아닌가. 그것도 새로운....대한민국은 감로수가 흐르는 땅~. 근해에서 잡히는 고기가 유독 맛있고 산야에 자라는 곡식-과일 등 먹거리 어느 것 하나 한결같이 맛이 유별나다. 한국시조의 맛과 멋이 왜 감칠맛이 나느냐를 결정짓는 자연환경을 가진 축복의 나라다. 푸르름의 바다에서 시인이 노래를 건져내는 일은 그런 천혜의 보고가 있어서 가능하다"
▲ 書架앞에 포즈를 취하신 이상범 선생
이야기는 문득 정치쪽으로 비약했다.

" 이명박대통령이 문화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문화장관도 이어령같은 분이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표현,연출력이야 유장관이 나을 지 모르지만 문화문학의 세계란 그런 표피적인 것을 초월하고 깊고 넓게 품어안은 자리에 있다. 이 대통령이 초기에 인사문제가 불거진 것, 그것도 경제우선이다 보니 정신세계를 갖춘 인물발탁에 소홀한점, 이래 줄곧 나라안팍이 불안한 것, 지난 10년간 좌파정권이 문화버전을 흐려놓은점등 어려움을 안고 있는 것은 어쩌면 불운이다. 5년내내 생고생을 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시조를 발표하고 싶다면 내 손을 거쳐야 해요. 그렇지 않을 양이면 발표할 엄두도 내지 말아야죠.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본 나를 내놓는 심정이기 때문이고 주변에서도 나를 먼저 고려할 테니까요. 쓰고 쓰고 또 써 봐야 해요. 전업으로 삼을 끈기가 있느냐가 요건이죠. 이미 보내 준 작품은 매우 관념적이라서 감동이 없었어요.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그런 얘기로는 승부가 잡히질 않거든요."

"신춘문예 심사를 오래 해 봤지만, 꾼들이 있더라고요. 기술자들이죠.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신선한 신진을 추려내는 일이 결코 범상한 일이 아니었어요. 나이가 나인만큼, 허물을 벗는 치열한 자기성찰이 필요해요. 잠시전 노벨문학상에 "고은시인"얘기가 나왔지만, 그분의 경우 진정한 시인이라기 보다는 "기인"에 가까운 분이라 생각하죠. 북한땅에 우정 내려가 김정일 앞에서 "장군님의 위대한 영도"운운하는 시를 낭송했다는 에피소드를 듣고 아연실색한 적이 있어요. 순수성의 결여죠. 감성이 나쁘단 것은 아니지만 보편성을 벗어나 "기행"을 벌이면 통속화하고 말죠. 결국 문학의 추태인 셈. "기행은 어디까지나 기행"으로 평가할 수 밖에는요. 그래서 노벨위원회의 평가에서 처지지 않았는지 모르죠. 그분들이 왜 그걸 검증하지 않겠어요?"

"시인이 뽑은 한국시인의 1위에 신경림이 오른적이 있어요. 그만큼 시인들 사이에서도 그분 신경림 시인의 시적감성과 이성을 높이샀다는 얘기거든요. 그런 시인이 멋이 있어요. 나는 최근에 꽃을 주제로 대화하고 있죠. 이미 "꽃에게 바치다"를 필두로 지금 125 수를 퇴고 중이예요. 포토샾을 익힌 바람에 꽃의 미학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재미에 푹 빠지다 보면 자정을 훌쩍 넘길 때가 늘었어요.

▲ "불교방송 출연 "꽃에 바치다" 비디오 켜시는 이상범선생
끝없이 이어지는 말씀을 추스리곤 준비중인 시집 "꽃에게 바치다 2집"에 올릴 작품을 일별해 주셨다. 꽃의 이미지네이션에 담긴 언어의 연금술이 살아 숨쉬는 어귀 마디마디가 압권으로 닥아섰다. 시인으로 등단해 보겠다...는 나의 소박한 꿈이 얼마나 헛헛한 만용인가를 내내 맛보게 한 만남의 시간이었다.

"생활인의 시"에 머물러, 일순간의 영감과 잔재주에 안주한 나의 모습에 한없는 부끄럼이 일렁였다. 나와 같은 곰배팔이는 도저히 시인일 수가 없다. 시인이어서도 안된다는 자괴감이 엄습했다.

내색을 내 보일 엄두가 생기질 않았다. 만남자체가 학습을 위한 귀중한 경험으로 치부하지 못할 여유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나, 바라볼 자리가 따로 있다는 전래의 관용어가 나를 두고 한 말은 아닐까는 생각 한 자락이 정수리를 후벼댔다.

"새로운 작품 너댓개를 다시 보내주세요" 그러시면서 이메일을 적어주셨다.
"이씨의 성을 가진 시의 천사"였다. poetlee1004@hanmail.net 적어받긴 했으나 의기가 축 쳐저 있었다. 양양할 수가 없었다. 큰 바위얼굴에 부딫친 모래알이 겪는 얼얼함이 전신을 휘감았기 때문.

'시진회' 멤버로서의 자질또한 문제가 아닌가는 생각에 미치자 모골이 다 송연해 졌다. 시도때도 없이 올려댄 "신작"의 자리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핑게없는 무덤이 따로 없다더니..... 자 이제 어뗳게 한다? 떠날 때가 된 것이 아닐까? 한마디 남긴다? 그냥 말 없이? 바로 지금부터? 아니면 내일? 오만 상념이 부딛쳐왔다. 우선은 그래도 보고는 해야겠다 싶었다.

"일만선생님 덕분에 이상범선생 만난 뒤 지금 귀가 버스에 승차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시간 가졌습니다. 그러나 시인에의 꿈 접어야 할까 봅니다. 충격이 컸습니다. 감히 시인초입자라해서 시진회 스타일 궂게 한듯 싶습니다."  목소리가 미처 울려나오질 않았다. 가까스로 기어드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 허허허, 이상범선생 매우 인자하신 분예요. 더욱 분발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근간 또 만나서 얘기나누기로 하고요."
     일만선생의 걸걸하신 목소리를 전화통 속에서 확인하며 김포가도를 뒤로했다. 가을 황금물결 김포평야의 편린이 휙휙거리며 지났다. 빛을 쏘인 자리의 그늘이 무척이나 크고 아파보인 시간들이 주마등을 이뤘다.
   
문득 3행시 한가닥이 떠올랐다.
 
이처럼 만남이란 아름다운 충격이네
상념을 갈무리할  터 번듯 놓인자리
범상한 길 뛰어넘어 큰시인 빛 크네


 

ilman 08-10-12 09:39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녹원님께서는 당신이 지향하시는 세계를 오름님께 말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인간 역사가 그렇듯이 멈추지 않은 도전 정신이 계속 되기를 바랍니다.귀한 만남이 한 도약 뛰어넘어 나를 승화시키는데 쓰시기 바랍니다.
저도 요즈음 쓰고 있는 산행 에세이가 문학인가 아닌가를 두고 고민해 볼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쉬지 않고 나를 찾아 나서는 것 그것이 인생이요, 문학의 길인 것 같군요.
이 글 복사해서 녹원님께 보내 드릴까 하는데 그래도 되겠지요?
오름 08-10-12 10:23
 
ilman선생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격려에 마음 든든합니다.
이상범 선생님께는 저희 인터넷신문 매스타임즈www.mest.kr 머릿기사로 올린내용 이메일로 전해 드렸습니다.
慈軒 이정자 08-10-12 18:09
 
오름님, 잘 읽었어요.  녹원 선생님을 만나셨군요. 좋은 스승을 만났다고 생각하세요.
귀한 만남이 단 번에 바람이 성취될 수는 없지요.저도 월하 이태극 선생님을 2년 동안  찾아 지도를 받았지요.
제가 등단할 때만 해도 3회 추천이었어요. 초회 추천을 받고 2년은 걸렸어요..요즈음은 너무 쉽게 등단하는데 문제가 있기도 해요. 초회 추천 받았다고 생각하시고  도전하세요. 일만 선생님 말씀같이 "귀한 만남이 한 도약 뛰어넘어 자신을 승화시키는" 계기를 만드세요. 오름님은 시조의 정격과 운율에 맞추어 작품을 쓰는 장점을 갖고 있어요. 녹원 선생님의 지적을 맘에 새기면서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오름 08-10-13 07:33
 
慈軒 이정자박사님 감사합니다.
김민정 08-10-13 21:18
 
저도 잘 읽었습니다. 무척 바쁜데도 불구하고...앞으로 좋은 작품 쓰시기 바랍니다.

아주 가끔 꽃에 대한, 나무에 대한 글을 읽곤 합니다. 좋은 상식 많이 얻구요. 감사합니다.
오름 08-10-14 08:02
 
김민정 부이사장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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