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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5-03 14:45
 조회 : 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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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그리우면 목이 마른가
오월 들어서자
은핫물 흐르는 소리
꽃넋들 울고 넘은 무등산 자락에
소나무 대나무 우뚝 서고
꽃상여처럼 수국 무더기로 피어
소복 입은 여인으로 흐느끼는 흰철쭉 군락
이제는 날아오르리
돌연, 흰철쭉꽃
흰나비 한 쌍으로 하늘로 오르네
못 잊을 줄 알아도 세월이 약이야
의연히 서 있는 붓꽃 너머
둥굴둥굴 웃고 있는 둥글레
암 그렇고 말고
허옇게 머리만 끄덕이는 할미꽃
하늘도 목이 마른가
흰나비 한 쌍 오월 은핫물가로
마냥 날아오르네
....................
목마른 오월 / 만은 김종원
가정의 달 5월이군요. 5월 5일이 입하이자 어린이 날. 8일이 어버이 날, 15일이 스승의 날, 16일이 5.16군사쿠데타일, 17일이 5.17. 전두환 신군부가 전국비상계엄확대로 군사독재권력을 장악한 5.17신군부쿠데타일, 18일은 이에 맞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날... 아, 6.25한국전쟁 이후 가장 비극적인 현대사를 장식했던 동족 학살극의 5.18광주민주화운동...
가정의 달에 모두는 다정한 가족애를 생각할 때, 민주의 제단에 꽃넋을 바친 민주 열사 유가족들의 그리움에 목말라하는 아픔이 먼저 떠오른 것은 살아 남은 자로서 당연한 도리이겠지요.
5월 첫 주일에 비가 내렸습니다. 몇 년전 무등산 자락에서 보았던 수국이랑 흰철쭉꽃 그리고 할미꽃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 하얗게 지천으로 핀 철쭉꽃 군락에서 갑자기 흰나비 한 쌍이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그 흰나비들은 한맺힌 가신 님들의 꽃넋이었을까요? 아니면 가신 님들을 그리워하여 마냥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이 땅의 양심에 가득찬 영혼이었을까요? 5월 들어 하늘도 그리움에 목말라 비를 내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민주와 자유는 실상 누군가의 희생의 결과라는 것도 가정의 달 개인의 행복만을 추구하기에 앞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2004. 05. 03(월) 아침 만은 드림>.....
* 김종원(1949 - ) 시인. 호 만은(晩隱). 전북 장수 출생. <시조생활> 신인문학상 당선, <한맥문학>.<문학세계> 시 추천.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에 투철한 시를 주로 씀. 시집 <그대 마음밭에 사랑 씨앗 심는 뜻은> 등. 홈페이지 주소 http://kjw.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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