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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6-17 00:17
 조회 : 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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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헤오시매
님이 헤오시매 나는 전혀 믿었더니
날 사랑하던 정을 뉘손대 옮기신고
처음에 믜시던 것이면 이대도록 설오랴
<지은이>
송시열(宋時烈) 1607~1689. 자는 영보(英甫), 호는 우암(尤菴).
효종 임금의 스승으로, 판중추부사(判中樞府使)로 있다가 봉조하(奉朝賀)를 지내었음.
숙종 15년에 원자 책봉을 반대하다 제주도로 귀향갔다가, 돌아오는 도중 정읍(井邑)에
서 사사(賜死)되었다. 5년 후에 관작이 복구되고, 도봉서원(道峰書院) · 문정서원(文正
書院)에 모셔졌다. 주자학의 대가로서, 많은 저서와 문집을 남기었다.
<감 상>
님께서 나를 생각해 주신다기에 나는 그것을 태산같이 믿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는 나
를 사랑하던 그 정을 누구에게 옮기시었는고? 처음부터 미워하셨더라면 이렇게까지
서럽지는 않을 것이외다.
이쪽에서는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감쪽같이 나를 버리고 다른 님을 사랑한다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느낌입니다. 차라리 애당초부터 정을 주지 않았던들 이
렇게 서러울 수가 있겠습니까, 참으로 야속합니다.
이 시조가 만약 남녀 사이의 애정관계을 읊은 것이라면, 그런대로 괜찮은 가작이라
고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의 처지로 보아, 이 시조는 그것이 아닌 정치적인 환
경에서 받은 충격을 노래한 것으로 짐작이 되는 만큼, 감상의 각도가 바뀌어지는 것 같
아서 씁쓸하다. 그러나 옛시조에는 이런 유형의 것이 허다하니 그것을 염두에 두고 음
미할 필요가 있다.
닻 들자 배 떠나니
닻 들자 배 떠나니 이제 가면 언제 오리
만경창파에 가시는듯 다녀오소
밤중만 지국총 소리에 애끊는 듯하여라
<말 뜻>
만경창파(萬頃滄波) : 한없이 너르고 너른 바다를 말한다.
가는 듯 : 가자마자 곧, 가는 것처럼 그렇게 빨리.
밤중만 : 시조 종장 첫머리에 흔히 쓰이는 일종의 감탄사인데,
'밤중쯤, 한밤중에'의 뜻.
지국총 : 흥을 돋우기 위하여 '어부사'의 후렴에 쓰인 말인데,
아마도 노 젓고 닻 감는 소리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한다.
'찌꾸덩 찌꾸덩'등도 같은 경우이다.
<감 상>
시원스럽게 넘어가는 가락이다. 닻을 들자마자 곧 배가 떠나니 이제 가면 언제 돌아오
겠소? 넓고 넓은 바다이지만 가자마자 곧('나는 듯이 돌아오소'로 된 데도 있다), 나는
듯이 오시오. 한밤중에 들려 오는 '지국총 지국총' 배 젓는 소리에 애간장이 다 끊어집
니다.
아프고 쓰린 이별의 감정이 잘 나타나 있는 시조이다.
대천바다 한가운데
대천바다 한가운데 중침 세침 빠지거다
여남은 사공놈이 끝 무딘 상앗대를 끝끝이 둘러메어 일시에
소리치고 귀 꿰어 냈단 말이 있소이다
님아 님아 온 놈이 온 말을 하여도 님이 짐작하소서
<말 뜻>
대천(大川)바다 : 크고 깊은 바다.
중침(中針) · 세침(細針) : 바늘을 그 크기에 따라 대침(大針) · 중침 · 세침이라
분류하여 부른다.
빠지거다 : 빠지었다. '~거다'는 '~었(았)다'의 뜻.
여남은 : 열이 넘는. 열이 좀 더 되는 어림수.
상앗대 : 물이 얕은 곳에서 배를 밀어 갈 때에 쓰는 장대.
끝끝이 : 끝마다. 저마다.
온 놈 : 백 놈. 100명. '온'은 백의 순 우리말.
천은 '즈믄'이라고 하였는데 한자말에 밀려난 이런 말이 아주 많다.
<감 상>
넓디 넓은 바다 한가운데에 바늘, 그것도 대침도 아닌 중침 · 세침이 풍덩 빠졌소이다.
10여 명의 사공들이 끝이 다 무딘 상앗대를 저마다 둘러메고 한꺼번에 소리치고 바늘
귀를 꿰어 건져냈다는 엉터리 같은 이야기가 있소이다. 그러니까 님이시여, 백 사람이
백 가지 말을 하더라도 님께서 짐작해서 들으소서.
뭇사람들의 감언이설(甘言利說)에 속아 넘어가지 말라는 당부를 익살스럽게 늘어놓
은 사설시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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