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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5-30 18:30
 조회 : 4,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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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로가(嘆老歌)
마음아 너는 어이 매양에 젊었는다
내 늙을 적이면 넨들 아니 늙을소냐
아마도 너 죠ㅅ녀 다니다가 남우일까 하노라
마음아 너는 어찌 늘 젊었느냐
내가 늙을 때면 너라고해서 늙지 않겠느냐
아마도 너(마음)를 좇아다니다가 남을 웃길까 두렵구나
[참고] 죠ㅅ녀 : 좇아서, 우일까 : 웃길까
참 재미있는 표현이다. 젊은 마음을 좇아 늙은 몸이 다니다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을 염려한 내용이다.
격조 높은 탄로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도학자였던 점을 생각한다면 유한한 인생에 비해
깨달음의 세계는 무한하다는 것을 비유했다고 해도
지나친 해석은 아닐 것 같다.
서경덕의 호는 화담으로 43세때 이후는 송도 동문밖 화담위에서
은거하며 수도하였다. 그래서 화담선생으로 불렀다.
어릴때부터 총명하고 성품이 순결 강직하여 조금도 거짓이 없었으며
평소 사물을 예사롭게 보는 일이 없어 무엇인가 그 가진 이치를
꼭 캐고야마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21세때부터 수도생활을 시작했고,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철학적인
사색을 깊게 하기 위해 승려들을 찾아다녔으며, 25세때부터는 이미
자립적인 사색, 그리고 실천과 경험, 구체적인 사물대상을 관찰하고
그 진리를 탐구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특유의 독자적인 우주관을
형성하였다. 31세 되었을 때 조광조의 추천이 있었으나 관직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그는 거절하고 응하지 않았다.
제자들의 바른깨움침에 대한 물음에 그는 참뜻을 알려면 모름지기
깊이 생각하여 스스로 얻게하라고 하였다.
自學自得할 것을 권장하였던 것이다.
화담은 유학연구에서 멀리 앞서나가 유학사상을 뛰어넘어 독창적인
철학사상(理氣論)을 만들어 냈고, 그의 학설이 난해하다는 해석도
있었지만, 기존의 조선의 학자나 중국의 학자들이 생각지 못했던
점을 통일적으로 정리하였다. 그의 뒤를 이어 퇴계 이황, 율곡같은
학자들이 그의 정신을 이어 기 철학의 학맥을 이었다.
화담은 5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며
그의 사상이 담겨져있는 <화담집>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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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어린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에 어늬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긔ㄴ가 하노라
마음이 어리석으니 하는 일이 다 어리석지 않을 수가 없을 것
이다. 구름이 겹겹으로 쌓인 깊은 산속에 누가 나를 찾아올까
마는, 떨어지는 나뭇잎소리와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만
들어도 혹시 임이 오지나 않는가 하고 귀를 세워 보는 심정
이 시조는 이 무렵 그에게 글을 배우러 다니던 황 진이를 생각
하여 지은 것이라고 야사는 전해 오고 있다. 자기 마음에 아로
세겨진 가인(佳人)을 생각하고, 그 생각이 깊이를 갖고, 폭을
넓히면 넓힐수록 그를 그리는 마음의 불길은 더욱 타오르기 마
련이다.
그러나, 만 겹으로 구름이 앞을 가린 높은 산에 어느 임인들
찾아올 수 있겠는가? 이 구절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사랑의
상황표란 임과 지은이와의 정신적인 격차로 해석함이 옳을 듯
하다.
즉, 지은이는 높은 산 구름이 허리를 두른 자연 속에 몸을 파
묻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의 세계가 산처럼 높고, 그의
학식이 높은 산처럼 우뚝 솟아 있으니, 임이 그의 그러한 정신
세계에 찾아오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더구나 구름이 그 산허리를 가리고 있고, 마을로부터의 거리가
너무나 머니, 어떠한 임인들 무작정 나서서 그를 찾아내겠는가
지은이의 외로움은 실로 여기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평생 도를 닦는데 일생을 바치고 있으면서도 임을 그리워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솔직하게 글로 담아내고 있는 그의 진실된 표
현은 읽는 사람의 마음까지 애절하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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