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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5-26 11:00
 조회 : 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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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건너 일편석이 강 태공의 조대로다
문왕은 어디 가고 빈 대만 남았는고
석양에 물차는 제비만 오락가락 하더라.
일편석(一片石) : 한 조각 돌. 강 태공(姜太公)의 조대 :
여상(呂尙)이 위수가에서 낚시질하던 곳.
문왕(文王) : 주(周)나라 무왕의 아버지. 위수에서 태공
망을 만나 스승으로 삼은 임금.
저 건너편에 하나의 조각 돌이 있는데, 그것이 강 태공이
위수에서 낚시질하던 조대처럼 누워 말이 없는 풍경.그렇
다면 문왕은 어디가고 저 빈 대(臺)만 남아 있는가? 저녁
놀에 물을 차면서 날아가는 제비만 오락가락 하는 위수의
물가. 허전하기 짝이 없다는 심정이 전편에 서리어 있는
작품이다.
초.중장에서 지은이는 강 태공과 문왕의 옛일을 끌어들임
으로써 인재를 알아보는 총명한 문왕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는 급진적인 개혁 정치를 추진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한
불우한 선비였으니, 이러한 고사를 비유로 끌어들여 이야
기의 서두를 펼쳐갈 만한 체험을 한몸에 겪었는지라, 그
착상의 허구성(虛構性)이 진실성을 동반하기에 충분한 실
감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세상에서 자기의 뜻을 받아 주지 않는다고 격하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물러나 강물 위를 한가롭게 날아다니
는 제비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와
도 자기를 담을 세계가 넉넉할 만큼 마련되어 있다는 그
릇의 크기가 몹시 두드러지는 초사(初詞)라 아니할 수 없다.
저녁놀이 깃 든 수면 위에 물을 차면서 날아가는 제비만
오락가락하더라는, 있어야 할 것은 없고, 없어도 좋은 것
만이 있더라는 서러운 현세에 어떤 느낌조차 금할 수 없
는 심정이 담겨져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시조에 등장하는
강 태공이나 조대는 강태공의 것이 아니라 자기의 조대이
자 자기 자신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연은 말이 없다. 올바른 사람을 모함하는 고약한 버릇
이 그의 체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항상 영원과
속삭이며 대화를 나눌 뿐이다.
이 시조는 도입부의 비범한 표현부터가 우리의 구미를 돋
구어 주고도 남음이 있는 착상의 여유가 두드러지게 좋다.
<고시조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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