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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4-03 08:28
 조회 : 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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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鳳仙花
金相沃
비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면 하마 울가 웃으실가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 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본듯 힘줄만이 서노나
「문장」 10월호
------------------<시조를 뽑고/가람>
비록 배워도 에해나 魯魯를 분간 못하는 이로는 글을 좀처럼 깨칠 수 없다. 본디 글에 才分이 있는 이로는 스스로 일찍 그 미립을 얻는 터이다. 또는 才分이 있는 이로는 그 方法의 잘잘못을 따라 허덕이는 이도 없지 않으나, 꾸준한 努力만 있으면 필경 그 턱을 다다르고 말 것이다.
나는 詩作에 趣味가 있다고 스스로 天才인양으로 믿을 이도 있으리라. 그는 趣味만으로는 天才일지도 모르나 그렇다고 詩作 그것도 다 天才인건 아니다. 옛날 우리 祖上들이 一生을 두고 漢文 工夫를 하여 詩夕集 일 이권 내지 기백권까지 著作한 이가 十 八九는 되었다.
그들이 다 天才인건 아니다. 그 詩夕이 다 우수한 건 아니다. 그와 같이 아무나 많이 지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두 편이라도 사람을 놀랠 만한 不朽의 작이 있는 이는 千古에 몇이나 되리요.
時調를 번번이 投稿하여도 入選이 못되는 이가 있다. 그는 그 方法이 틀려서 그런가. 그 才分이 없어서 그런가. 그 方法과 才分은 있어도 그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가. 反省을 하고 한두번이라도 되게 지어야 한다.
이번에 겨우 한 분의 것을 뽑았다. 더 많이 못 뽑힌 것이 섭섭하긴 하되 이것만으로도 나는 기뻐한다. 워낙 흔할 수 없는 그 詩才가 점점 發見되는 걸 더욱 기뻐한다.
鳳仙花 이 꽃을 보고 누님을 생각고 누님과 함께 자라나던 옛날을 생각한 것이 또한 鳳仙花 모양으로 연연하기도 하고, 아기자기하기도 하고, 그리고 서글프기도 하다.
하얀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노나
하는 것이 얼마나 그립고 놀라운 일이냐. 이런 정이야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마는 이런 표현만은 할 이가 그리 많지 못할 것이다. 타고난 시인이 아니고는 아니될 것이다. 쓰는 말법도 남달리 익숙한 바 '삼삼이는'과 같은 말을 쓴 건 그 묘미를 얻은 것이다. 항용 말을 휘몰아 잘 쓰기도 어려운바 한층 더 나아가 새로운 말법 우리 語感 語例를 새롭게 살리는 말법을 쓰는 것이 더욱 용하다. 그러나 앞으로 더 洋洋한 길이 있는 이 詩人으로서 다만 鳳仙花 詩人으로만 그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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