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디에도 없었다
김 정 회
석양을 등뒤에 두르고 집 아래 계단에 이르렀다
진흙을 밟고 다니듯 질퍽거리던 하루
무거워진 다리가 저리더니 마음까지 질척이며 접혀진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무심결에 계단 위로
눈길을 돌렸다 이미 어둠이 포진한 그곳에
으레 있어야 할 자전거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계단을 하나 더 올라가 보았지만, 그는 없었다
누가, 그를 데리고 간 것일까
시간이 날 때마다 내가 등줄기를 곧추세우고
거칠게 바큇살을 돌려대도 아무 불평도 없던 그,
강변에서 스쳐 지나는 철새들을 같이 바라보며 달리고,
음악에 맞춰 온몸을 흔들어 대며
에어로빅 댄스를 추던 여인들을 슬쩍슬쩍 훔쳐보며
재미를 같이 나누던 그.
누가, 그에게 혹심을 품은 것일까
갓길을 달리며 내가 생각의 삼매경에 빠져 있을 때는
행여나 하고 나를 잡아 주고
내가 사람에 지친 듯 보이면 은근히 밖으로 유혹하던 그,
그는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그를 찾아 강가를 헤매고 골목을 누벼도
찾지 못했다 이미 나를 떠난 그는
다시 누군가의 안식이 되어 있겠지
삶은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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