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김 준

너무나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서

세상이 어떠하고 나라가 어떠하다

지금은 무슨 말해도 듣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어느 시기 난해시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그로 인해 서서히 독자가 시에서 멀어졌다. 지금도 어려운 시를 쓰는 시인들이 있다. 명시는 차치하고, 좋은 시는 쉽고도 독자의 마음에 와 닿아 공감을 얻으며 감상하게 된다. 소월의 시를 많이 읽고 암송하는 것을 봐도 그렇고, 고시조를 선호하며 암송하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상에서 독자가 작품을 퍼 나르는 것도 마음에 와 닿고 쉬운 작품인 것을 볼 수 있다. 하여 시는 쉽게 쓰는 것이 좋다.  

   좋은 시는 세월을 초월하고,  세상사는 예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이다.

   4월은 꽃의 계절이다. 산과 들은 온통 울긋불긋 꽃 세상이다. 벚꽃 진달래, 복숭아 사과 야생화도 다투어 벌 나비를 부른다. 이 좋은 계절, 꽃피는 4월을 T.S.Eliot(19888-1965)은 “잔인한 계절”이라 했다. 아무리 좋은 자연 현상도 시대 상황이 그에 맞게 따라주지 못하면 만끽할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엘리엇이 이 말을 했던 당시는 제1차 세계 대전 후 피폐한 세계정세에서 온 정신적인 황폐상이다. 그 때의 전후 세계보다 못지않은 상황이 지금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미생물 하나로 인해 온 지구촌이 온 세계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외출도 제대로 못한다. 나라 경제가 세계경제가 위기에 놓이고 전 후 못지않은 경제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위 시조는 꼭 1년 전 본지에 실린 김준 시인의 작품이다. 1년 후 지금의 상황과 꼭 같은 시의를 읽을 수 있다.  그래서 공감을 갖고 이를 다시 찬찬히 감상하며 현 시국을 돌아보게 된다. 4.15로 총선은 끝났다.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그 말 많은 세상 이야기, 나라 얘기는 사실 귀가 따갑고 마음까지 어둡다. 그 위에 코로나 이야기까지... 요즘은 여기저기서 힘들다는 소리만 들린다. TV를 켜도 코로나 이야기, CNN뉴스는 코로나 뉴스 일색이다. 이 와중에도 Las Vegas 시장은 호텔과 카지노를 개방하고자 한다. 그만큼 경제가 시급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너무나 아름다운 꽃들이 이렇게 피어 눈길을 끄는데 맘껏 즐기고 싶고 그 향기에 흠뻑 젖고 싶은 것이 시인의 마음이고 독자의 마음이다. 그래서 시인은 지금 이 순간만은 무슨 말도 그 어떤 이야기도 배제하고 싶다. 세상사를 잊고 싶은 것이다. 온전히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다. 물아일체 -. 이를 표출한 것이 위 시조이다.

   시는 가슴으로 느끼는 세계이다. 전하고자하는 시적인 메시지까지도 정서를 유발시켜 감동적으로 환기하려는 신선한 세계이다. 그것은 감성에 의한 뜨거운 사랑과 느낌의 세계이다. 그러기에 세상사와는 거리를 두고 싶다. 시는 시인의 마음의 풍경이기도 하다. 시의 세계는 곧 시인의 마음이다. 지금 그 마음은 꽃으로 가득한 이 전경만을 감상하고 간직하고 싶다. 이러한 시의 세계는 한 줄의 시구(詩句)에서도 시인의 마음의 풍경만큼이나 독자에게도 미감(美感)으로 다가온다. ♣

        (시조문학 2020.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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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시難解詩에 관한 양심 고백

-80 평생 부끄러운 이야기  

                         이관희 (계간 <산문의 시> 발행인・시인・문학평론가)

  저는 중학 시절, 소월의 <진달래꽃>에 홀딱 반하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진달래꽃>처럼 즉석에서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는 시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내가 아직 시가 무엇인지 몰라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나이를 먹어 온 문학인생 60여 년, 내년이면 만 80이 됩니다.

  그런데 아직도 중학 시절처럼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시’가 너무도 많습니다. (한편 <진달래꽃>처럼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는’ 시들도 많아서 어린 시절 가슴에 물든 시에 대한 연정을 평생 간직해 올 수 있었습니다. 이 점,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는 시를 써 주신 시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후 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