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는 시조로 꾸미는 아름다운 한글서예전에 

출품된 작임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2009.9.8-~13



이정자의 단시조 모음(5)






 

41. 찻잔·4/김정희**



솔바람 불어오는 그윽한 골짜구니

산 여울 물소리도 안개로 실려 오고

자연은 숨결로 다가와 입술 가에 맴돈다.







42. 삶/정재익 



세상이 뒤틀렸나 내가 이리 모가 났나 

힘겨운 굽은 허리 가슴마저 멍이 들어 

거친 손 정 끝으로도 다 못 캐낸 이 옹이 







43. 곰솔/김해석**



한 생을 다 바친 듯 다듬은 해송분재

등 굽혀 견딘 세월 인내의 혼불인가.

옹이 져 뒤틀린 허리 햇살이 금침 놓네.







44. 와송臥松/김락기 **

 

산턱에 외로 누운 늙은 솔 거친 등글

운무와 벗한 세월 가지 더러 고사된 채 

이끼는 겉주름 피고  

외솔 잎만 남았네.







45. 다  도/옥경국**



선비의

붓 끝에서

피어나는 난향을 닮아



여백의 

너른 공간

펼쳐진 녹향 따라



서둘던

구름 한 무리

찻물 소리에 귀를 씻네







46. 노을/오세영



은하에 홍수 일어 강물이 범람했나

하늘 한 모서리가 황톳물에 젖어있다.

견우의 모내기 논도 큰수해를 입었겠다.







47. 황혼의 농막/이근구 **



마적산 병풍바위 저녁노을 꽃 물들면 

으스름 농막에는 화악산이 내려앉고 

설록향 

비발디에 취해 

눈썹달도 행복하다. 







48. 부치지 못한 편지/이인자**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시간의 길목에서 

닫힌 문 두드리는 열손가락 마디마다 

손톱 끝

봉숭아꽃물 남아있는 

그

리

움.





49. 아내에게/유권재 **



 

세월의 두께만큼

속절없이 갇혀 사네 

그대의 둥지 안에

함께 갇힌 이 사랑 

그대로

화석이 되어

머물러도 좋겠네.






50. 운주사/이문형 



바람이 돌이 되고 돌들이 별이 되고 

은하수 내려앉은 운주사 천불 천탑 

세상이  

꿈을 지고 와 

부려놓고 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