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탑石塔
손석영(대구시 동구 신서동)
맘대로 고개 한번 떨구지도 못하고
잔허리 감긴 세월 지켜낸 묵언들이
쉬어갈 구름 언저리 숨은 별을 찾는다
사랑
김종윤(대구시 동구 신서동)
소리없이 날아온 가슴속의 꽃가루
내마음 아프게한 베아트리체 알레르기
나와 너 큐피트 바이러스 몸살을 앓는다
뽑는말-
시는 마음이 꽃대를 뽑아 올리는 일입니다. 눈으로 본 것 반, 그것을 다시 가슴속에
삭혀 낸 것 반으로 집을 짓는 일입니다. 제비가 흙과 지푸라기를 물고 와 자기의 타액
에 이겨 처마 밑에 집을 짓듯이 말입니다. 그렇게 잘 지어진 시의 집엔 나그네가 머물
며 안락함을 얻고, 새로운 마음의 창을 열게 됩니다. 눈으로 본 것만 그리면 사진이
되고 마음으로 본 것을 합치게 되면 비로소 뜻이 담긴 그림이 됩니다. 산소와 수소를
합쳤는데 그 원자들과는 전혀 다른 물이 만들어집니다.
너무 어려운가요? 그러면 이제 나도 한번 시조를 써 볼까? 하는 분께 한 마디...
평범한 일상상가 모두 시조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종장에서 살짝 마음이 꼬리만
감아놓으면 시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냥 일상사를 글자 수에 맞춰 기록하다가 종장
에는 자기 뜻과 느낌을 담아 보세요.
이 달에는 '석탑'과 '사랑'을 뽑았습니다. 석탑을 의인화한 것은 좋으나 상이 뚜렷치
못하고 애매합니다. '사랑'은 감각적인 표현이 좋습니다.
최길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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